리제로 6장 24화

뽀삐 3 933 0 0

제6장 24 「성격 더러운 시험관 

원작자: 회색 고양이/나가츠키 탓페이(長月 達平)
번역가: Gummybear666
원문: http://ncode.syosetu.com/n2267be/429/

 

 

 

 

 


――여자.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감정적이었다. 여자는 항상 울고 있었다. 고통에 민감하기에 항상 울고 있었다. 

슬퍼하는 이유는 한가지, 자신의 무력함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여자의 주변에는 언제나 분쟁이, 싸움이, 쟁탈이 가득했다. 

몇 번이나 소릴 질러도, 얼마나 매달려도, 자신이 울부짖어도 그 슬픔은 결코 끝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자는 운명을 저주했다. 

운명을 저주하고, 저주하고, 저주한 결과, 여자는 깨닫는다. 아무리 울어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그것을 깨달은 여자가 바란 것은 그저 순수한 힘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고, 모든 것을 쓰러트릴 힘을 바란 여자는 자신의 한계를 내던지고 스스로를 혹사시키며 얻을 수 있는 힘이란 힘은 모조리 모으고, 원하는 강함을 찾기 위해서 분주했다. 


필요한 것은 상처를 입히는 힘이 아니다. 빼앗는 힘 같은 것도 아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원했다. 그게 분쟁을 멈출 거라고 믿었다. 

눈물을 계속해서 흘리는 여자는, 울지 않고 끝낼 힘을 원했었다. 


무력한 채로는 힘과 힘이 부딪히는 싸움을 막을 수가 없다.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소원은 실현되지 않는다. 비탄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슬픔이 하늘을 가린다.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는 건가. 어째서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건가. 어째서 상처받은 채로 살아갈 생각을 할 수 있는 건가.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건가. 


「아이가 울고 있어. 노인이 울고 있어. 남자가 울고 있어. 여자가 울고 있어. 모두가 울고 있어. 그런데, 왜――!!」 


오로지 그것을 멈추기 위한 힘을 바랬다. 

스스로를 단련시켜서 어떤 고통이라도 견뎌내고 강철의 의지를 관철했다. 

이윽고 여자는 도달한다. 비교를 거부하는 힘에,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경지에. 


전장에 선 여자는 싸움을 그만하라고 소릴 지른다. 

모든 힘을 힘으로 굴복시키고, 모든 비탄을 힘으로 묵살시키고, 모든 악의를 힘으로 때려 눕히고,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위해서 분주했다. 

검을 잡는 자들을 패고, 마법에 의지하는 자들을 차고, 엄니를 드러내는 자들을 부수고, 싸움을 원하는 자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않고 분쇄한다. 


하지만, 여자가 항거하는 만큼, 강하면 강한만큼, 검도 마법도 엄니도 수를 늘린다. 

그것은 마치, 싸움의 나선이다. 


아무도 힘에는 힘으로 대항하는 것 이외에는 스스로를 살릴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싸워서 쟁취하는 것 이외의 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던 자신도, 결국에는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피에 젖은 주먹을 내리고, 피를 뒤집어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여자는 통곡했다.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노력도 분주도 전부 쓸모 없고, 피아(彼我)의 눈물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온 여자의 가슴에, 마침내 절망이 피어났다. 


눈물이 흘렀다. 넘쳐 나왔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흐르던 뜨거운 눈물이 아닌, 차가운 무력함과 실망의 눈물이. 

그러나, 동시에 솟구치는 또다른 감개가 있었다. 


마음 속을 검게 물들이는, 그 이상으로 시야가 빨갛게 물드는,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의 격정. 

그 감정의 정체를, 여자는 울면서 알게 된다. 

그 감정의 이름을 깨닫고, 그 감정의 시작을 깨닫고, 여자는 이해한다. 


자신은 줄곧, 슬퍼서 울고 있던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은 줄곧, 광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감정의 이름을, 사람들은 화라고――아니, 사람들은 이것을 『분노』라고 부른다. 


눈물을 강요하는 세계에, 다툼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는 생명의 불합리에. 


――강철의 주먹을, 먹여 주자. 


어느덧 여자는 일어서서, 더러워진 무릎을 털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분쟁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서, 그 얼굴을 후려치고는, 외친다. 


싸움을 멈춰라. 하늘을 봐라. 바람소리를 들어라. 꽃향기를 맡아라. 가족과, 연인과 함께 살아라. 


여자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전장에 동요가 퍼져 나간다. 

대지가 갈라질 정도의 주먹, 하늘이 떨릴 정도의 발차기, 그 모든게 사람들을 살렸다. 


상처가 아물고, 비명이 멈추고, 온기에 무릎이 풀려서, 싸움에 의미가 없어진다. 

삶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울부짖는 소리가 전장으로부터 사라진다. 


사람들의 눈물이 멈췄다. 사람들은 여자에게 감사했다. 목소리를 높히고, 손을 흔들고, 웃으며. 

하지만 그 때엔 여자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다. 


당연하다. 

여자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되돌아 볼 틈도, 발을 멈출 이유도 없다. 

아무도 울지 않는, 분쟁도 없는,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는, 그런 세계를 원하기에. 


여자는 달리고, 달리고, 계속 달리면서 주먹을 계속해서 휘두른다. 

언젠가 모든 눈물이 멈출 때까지, 자신의 빰을 적시는, 뜨거운 물방울이 멈출 때까지. 


―― 『분노의 마녀』는 슬픔의 분노를 불태우면서 계속 달렸다. 


※ ※ ※ ※ ※ ※ ※ ※ ※ ※ ※ ※ ※ 


「――――」 


또다시, 알고 있는 사망자의 책을 찾아내고는, 스바루는 현실로 돌아온다. 

펼쳐져 있는 책에서부터 흘러들어 온 것은, 책에 기록된 이름의 인물이 생전에 지나쳤던 전장과 내세운 신념의 표층에 지나지 않는 일부분. 

그걸 알고 있어도――. 


「......무거워」 


가슴 속에서 형태가 없는 납이 쌓이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인간의 일생, 어떤 인간이더라도, 1초는 1초, 1분은 1분, 1년은 1년이다. 그 인생의 농도를 측정하는 기준따윈 없고, 그렇기에 시간은 항상 평등하게 흐른다. 

그런 시간의 축적을, 이런 얄팍한 종이에 쓰여서 남겨진 문장과 특수한 기술을 이용한 기억의 전사(転写)로 다 전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고작 인생의 요약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데도, 스바루는 흘러들어 오던 의식에 자신이 흽쓸리지 않도록 벼텨야 했다. 


그럴정도로, 사람의 발자국이란, 크고 무거운 것이다. 


「스바루, 괜찮아?」 


「......아아,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살짝, 현기증이 들었을 뿐이야」 


「그건 괜찮다고 하는게 아니야.......」 


펼쳐진 책을 덮고는 책장에 다시 꽂는 스바루를 불만스럽다는 듯이 에밀리아가 쳐다본다. 그녀의 시선에 스바루는 한쪽 눈을 감고선 방금 책장에 꽂은 책을 가리키고는, 


「또 한 권, 마녀의 책을 찾았어. 이번엔, 뭐, 마녀들 중에서 그나마 나은 녀석의 책이야. 역시나 조금 이상한 녀석이긴 했지만」 


「이상한 녀석......세크메트?」 


「그건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겠지. 랄까, 세크메트를 알고 있는거야?」 


『성역』의 묘소, 꿈의 다과회에서 에밀리아도 마녀 에키드나와 만났을 테지만, 에키드나 이외의 마녀들과의 접점에 대해선 듣지 못했었다. 어쩌면 에키드나는 스바루 이외의 인물들에게는 다른 다섯 명을 대면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에밀리아의 입에서 세크메트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에 놀랐다. 


『나태의 마녀』 세크메트, 자색의 머리카락이 멋대로 뻗쳐있던 엉망진창인 여성이지만, 거동이 어쨌건 인간성만큼은 마녀들 중에서 가장 상식적 성향을 지녔던 인물이었다. 


「세크메트를 알고 있다면 다른 마녀는? 예를 들면, 이 책의 미네르바라든지」 


「으음, 미안해. 나, 에키드나랑 세크메트 두 명이랑 밖에 묘소에서 못 만났었어. 세크메트랑도, 조금 밖에 얘기 못했었고」 


「그런가. 아니, 별로 상관없어. 만일 알고 있는 상대였다고 해도, 별로 봐서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니깐」 


슥, 하고 고개를 숙이는 에밀리아에게 스바루는 쓴웃음을 짖고는 책장의 측면을 살짝 두드린다. 

사망자의 생전의 기억을 담은 책장은, 목재라고도 철재라고도 부를 수 없는 이상한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서 스바루가 두드려도 요지부동이다. 


현재, 3층 『타이게타(Taygeta)』의 서고를 뒤지고 있는 스바루 일행은, 책장을 채우고 있는 무수한 책들이 사망자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이해한 다음, 충실한 수색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을 찾기 위한 작업인가, 그것은 굉장히 간단하다. 


「그렇다고 해도,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디에 있을까」 


「현재, 실마리가 제로니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에밀리아와, 반대편에서 고개를 젓고있는 스바루는 탄식한다. 

지금, 일동이 모여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일은, 3층 『타이게타』의 『시험』을 넘으면 출재되는 다음 문제――가 아니라, 아예 2층에 들아가기 위한 계단의 소재다. 


모노리스가 전개한 흰 공간은 사라지고, 『타이게타』의 대서고는 개방되었다. 

덕분에 사망자의 기억에 접할 수 있다는, 사람에 따라선 군침을 흘릴만한 기술이 이용된 공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좋지만, 


「알맹이는 지금 우리에겐 별로 관계없는 장소니깐」 


스바루 일행이 바라는 정보를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는 사망자의 기억으로부터, 그것도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기억으로부터 찾아내는 일은 방대한 시간과 운이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현재 상황이 타파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시간은 물론, 스바루는 자신이 행운을 타고났다는 따위의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아마,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위에 있겠지만」 


「그럴 텐데, 위로 갈 수가 없어. 책장 위에서 뛰어 올라가 보기도 했지만, 안 되던 걸」 


「에밀리아땅, 엄청 대담하잖아.....」 


에밀리아는 천장을 가리키고는, 방금 전 실행해봤던 사건을 회상한다. 

위로 향하는 계단을 찾으려니깐 속이 타 들어서 원형으로 놓여 있는 책장의 가장 바깥쪽――『타이게타』의 서고는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할수록 바닥이 높아지는 구조이기에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책장위에서 뛴 것이지만, 그렇게 해도 천장에 손이 닿지 않을 정도였다. 


덧붙여서 책장 위에 올라탔을 때, 에밀리아의 짧은 스커트의 옷자락이 꽤나 대담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안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둔다. 

그 스바루의 에두른 지적에, 에밀리아는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잡고는, 


「팩한테서 배웠었어. 어――그러니까, 여자 아이다운 단아한 호신법......이던가. 그거, 항상 제대로 신경쓰고 있으니까」 


「팩을 칭찬하고 싶은데 화내고 싶은 복잡한 기분이야......뭐, 어쨌든」 


물리적인 수단으로 억지로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에밀리아가 시도하고 실패했다. 

즉, 계단은 어떤 방법으로만 나타나는 기믹――서고의 출현뿐만이 아니라,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수고를 들여야 한다기에 일일이 열중하고 있다. 

너무 열중하면 도전자의 의지가 꺾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아마도 설계자인 플뤼겔은 그것까지 고려해서 감시탑을 만들었을 것이다. 밉살스럽다. 


「그 자식의 부모의 얼굴이 보고 싶다......애초에 본인의 낮짝도 수수께끼지만」 


「――스바루, 잠깐 괜찮을까?」 


투덜거리는 스바루의 머리 뒤편에 목소리가 꽂힌다. 목소리의 주인은 스바루 쪽과는 반대편의 서고를 뒤지던 율리우스다. 옆에 아나스타샤를 둔 그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 본 스바루는 손을 든다. 


「응, 뭔가 찾아냈어?」 


「유감스럽지만, 수확은 없었어. 처음에 찾았던 1권 이래, 면식이 있던 이름의 책을 찾는 일도 없었지. 너희들과 같은 결과 같은데」 


「그렇지 않은걸. 스바루는 또 다른 1권을 찾고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거야. 그렇지, 스바루?」 


「에밀리아땅이 자랑해서 편승하겠지만, 맞아」 


「그런가. 자랑하도록 해」 


미묘하게 개운치 않은 기분이 남은 관자 놀이에 손을 대며 얼굴을 찌푸린 스바루에게 율리우스는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두 명의 남자의 대화를 흘겨본 에밀리아는 「그렇지만」이라고 말을 잇고는, 


「율리우스쪽도 계단을 못 찾았다니. 진짜로, 엄청 곤란해졌어」 


「에밀리아님의 심중이 잘 이해됩니다......하지만, 만약 이 서고가 정말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망자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면, 도저히까지는 아닙니다만 저희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좀더 많이, 그야말로 나라가 거들어야 할 사안입니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머릿말을 붙이고, 율리우스는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제안한다. 

율리우스의 발언에, 스바루도 궁극적으론 이견이 없다. 이미 아우그리아 사구는 공략되었고, 감시탑에 도달하는 것 뿐이라면 마수의 소굴에 빠지는 것 뿐이면 된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대모험임이 틀림없지만――, 


「이전에 비하면, 탑까지의 길은 열린 것과 마찬가지지. 이 불가사의한 서고를 제대로 이용한다는 의미에서도 국가에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고」 


「역사적 가치가 보통이 아닐거야.......네가 좋아하는 역사기록의 공백도 제법 메워질태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야」 


스바루의 농담에 빠르게 응하고, 율리우스는 잠시 침묵한다. 그러나 그는 곧 한숨을 쉬면서, 「아니」라고 하고 눈을 감고는, 


「그것을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미안하다. 사심이 있었어」 


「그런 자세를 취하지 마, 사심으로 움직이는 게 뭐가 나쁜데. 그렇게 진지하게 반성하면, 백 퍼센트 사심으로 행동하는 난 뭐가 되는 거야」 


기본적으로, 스바루는 대가를 바라고, 사심을 버리고 사명감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만, 그것이 스바루의 행동 이념이며, 방침이다. 

그렇기에, 라인하르트나 율리우스 같은 고결한 기사도에 도달할 순 없지만. 


「일부러 멀리하는 것도 아니야. 애초에, 내 기억에 따르면 아나스타샤씨가 왕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가 사심 아니었어? 틀려?」 


「응응, 맞다. 내, 왕이 되고 싶은 이유는 욕구를 채우고 싶기 때문이데이. 결과적으로 내 주위에 이익이 돈다카. 그런 이야기일 뿐이데이」 


실례가 되고 무례한 스바루의 말투에 아나스타샤는 기분이 상한 기색없이 웃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목도리를 만지고, 그 흰 털을 쓰다듬으면서, 


「그렇다캐도, 그런 율리우스와 내가 주종이 되서 재밌데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에밀리아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남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이쪽의 이득이니깐, 그런 채로 음악성의 차이로 해산해 주면 더 좋고.......아야! 에밀리아땅, 아파!」 


「심술궂은 말 하지마. ――나는, 아나시타시아씨 일행을, 전보다 더 잘 아는게 아니니까 함부로 말할 순 없어. 하지만 상대가 어떤식으로 훌륭해도, 나는 내 방식으로, 나의 기사님이랑 같이 열심히 할 거니까」 


나의 기사님, 의 부분에서 스바루의 소매를 쥐고, 에밀리아는 가슴을 폈다. 그 옆 모습에 가슴이 벅차서, 스바루는 코로 숨을 길게 내쉰다. 


「풋내기일지도 모르지만, 지지 않을 거아」 


「풋내기라니 요즘 듣기 힘든.......아파! 아파!」 


놀리자마자 팔이 꼬집어지고,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처벌로부터 도망친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율리우스와 아나스타샤는 깜짝 놀란 표정이다. 

특히 율리우스는 방금 전까지 반성하던 분위기가 사라진 모습으로, 


「.......때때로, 너네들이 진지하게 무서워져.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아닌지 분별할 수가 없어서」 


「나는 재쳐두고, 에밀리아땅은 대체로 성실하고 진지하다고. 그런 부분이 귀엽잖아?」 


「가슴에 담아두겠다고 하지」 


그렇게 말한 율리우스가 고개를 숙이자, 탈선한 이야기도 일단 종착점에 도착한다. 대신에 주재를 본론으로 돌리는 사람은, 손뼉을 두드리는 아나스타샤다. 


「그라믄, 조금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서......일손이 부족하니까, 밖에서 사람을 부르자는 얘기 아이가?」 


「네, 그렇습니다. 현제, 사구에 대한 불안은 대부분 경감되서, 규모가 큰 조사단을 탑에 들이는 것도 가능하겠죠. 위층의 길뿐만이 아니라, 이 서고에서도 어떤 발견을 할 수 있다면.....」 


「그렇다캐도, 내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데이」 


「위험, 말입니까?」 


열변하는 율리우스의 말을 자르고, 아나스타샤는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 대답에 눈썹을 찌푸리는 자신의 기사에게 아나스타샤는 「그렇지안나?」라고 하고 손가락을 세웠다. 


「일손이 증가하는 건 내도 환영이데이. 이 서고, 돌아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거레이. 특히 내는 키가 작기에, 책장을 보는 것 만으로도 목이 아프니께」 


자신의 목덜미를 툭툭 두드리는 아나스타샤는, 「캐도」라고 말을 이으면서, 


「참말로, 탑 속으로 사람들을 많이 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데이?」 


「――――」 


「장사의 기본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뭐, 장사에 한정하지 않고, 어떤 때라도 도움이 되는 인생의 기초데이. 그리고, 그걸 기준으로 생각해 보레이」 


「생각한다고 해도, 상대의 입장? 누구를 상대로?」 


「이 탑을 만들고, 『시험』을 준비하고, 샤우라를 둔 사람......이데이. 그 사람의 기분이 돼서 생각하면 보이지 않나?」 


「성질이 더럽게?」 


「빠득빠득 이를 갈고 싶다고 내도 생각한데이」 


스바루가 입술을 삐뚤게 하자, 아나스타샤도 동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에, 성실한 에밀리아와 율리우스는 언짢은 얼굴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라고 하면, 성격이 나쁜 쪽에 속하는 스바루와 아나스타샤는 자연스럽게 동조한다. 


아나스타샤의 주장은 지당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진짜로, 성격이 더러운 인간이 이 탑의 공략 난이도를 올리려고 한다면, 


「샤우라! 묻고 싶은 게 있어. 잠깐 와봐」 


「스승님――? 네――이네이, 지금 당장 가겠슴다――!!!」 


크게, 책장 너머에 있는 샤우라를 부르자, 힘이 넘치는 대답이 오고, 즉시 높이 도약하는 인영이 보인다. 샤우라다. 

그녀가 양 팔을 펴고, 포니테일을 나부끼면서 만면의 웃는 얼굴로 스바루의 가슴 안으로 파고든――, 


「스―승―님!」 


「헛」 


「으갸!」 


그 기세 넘치는 포옹을, 스바루는 절묘한 움직임으로 간신히 피했다. 

순간, 기세를 죽이지 못한 샤우라는 땅바닥에서 튕기고, 바닥에 쓰러진 채 섭섭하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으――, 스승님 진짜 심술궂슴다」 


「아니, 지금은 너라서 피한 게 아니라, 기세가 넘쳐서 반사적으로」 


「그럼, 천천히 다가가면 껴안아 주는 검까?!」 


「어? 싫은데?」 


「어째섬까? 제 어디가 불만임까? 이렇게나 글래머러스한데! 이렇게나 빗치스러운데!」 


「빗치여서인가. 그럼 그게 이유다」 


불만을 노출하며 떠드는 샤우라가 쌀쌀맞은 스바루의 언동에 부우――거린다. 그리고, 그렇게 토라진 샤우라가 튄 자리에서, 마침 이쪽으로 두 명의 소녀가 찾아왔다. 

베아트리스와 메리, 외간은 재쳐두고, 드문 조합이다. 

그런 스바루의 생각이 시선과 함께 나왔는지, 그런 생각을 깨달은 베아트리스는 메리로부터 살짝 떨어진다. 


베아트리스의 또래(외관상)인 것은 페트라도 그렇지만, 그녀에 대한 접근법과 메리에 대한 접근법과는 다르다고, 베아트리스는 꽤나 알기 쉽게 선을 긋고 있었다. 

물론, 동진영에서 호의적인 아군인 페트라와, 원래 어디서 자객으로 보내진 뒤, 금서고와 저택의 소실에 연루된 메리를 똑같이 취급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렇게 낯을 가리고 있으면, 얼마나 시간이 지나더라도 친구가 되지 못 할거라고」 


「갑자기 무슨 말을 하기 시작하는 건지 모르겠는 것일까. 게다가, 도중에 샤우라가 사라져 버려서, 안심하고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것이야」 


「아――, 그 쪽의 이야기를 끊어서 미안했어. 뭔가 수확이 있었어?」 


「.......그다지 없었던 것일까. 거기에, 잘 생각해보면 이야기할 만한 일도 아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야. 응, 그랬던 것이 틀림없을까」 


「――?」 


푸우――거리고 얼굴을 돌린 베아트리스가 스바루의 질문을 매정하게 잘라버린다. 

미묘하게 완고한 태도에 스바루는 소외감을 맛봤지만, 그것에 대해서 베아트리스를 추궁하는 것보다, 쓰러져 있던 샤우라가 회복하는게 더 빠르다. 

지면에 옆으로 쓰러져있던 샤우라는 복근의 힘으로만 일어서서 허리를 굽혔다 펴고는, 


「뭐, 스승님이 심술궂은게 어제 오늘도 아님다. 기분을 다시잡는 검다. 회복의 빠르기는 저의 특징인 검다」 


「그 점, 굉장히 협조적이고 도움이 되네. 마침 샤우라양, 뭘 물어봐도 될까?」 


「뭠까? 스승님이 아닌 사람에게는, 저는 간단하게 설득되지 않는 검다」 


「확실히 너는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식사제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지. ――이 탑을 둘러싼 사정에 대해서, 몇가지 확인하고 싶은 점이 있어」 


빗치에게는 있을 수 없는 굳건한 행실을 표명하는 샤우라를, 율리우스가 우아한 설득의 문구를 섞어서 화려하게 공략한다. 샤우라도 그런 대답을 예상하진 못했는지 그녀답지 않게 눈을 크게 뜨곤, 「아, 알겠슴다」하고 솔직해진다. 


「감사할게. 그럼, 우선 먼저......너는 여기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2층 『엘렉트라』의 계단 말임까? 글쎄요? 저, 4층에서 위로 올라간 적도 없슴다. 모릅니다」 


「그건 그것대로 충격적인 발언이데이」 


자기신고가 사실이라면 샤우라는 감시탑안에서 사백년 정도의 세월을 보냈다는 얘기다. 

그 동안 사구의 감시에 집중해서 자신이 사는 감시탑의 산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역시 그건 과한 충성심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스승님 취급을 받고 있는 스바루로서는 착잡하기 짝이 없지만. 


「율리우스, 쬐끔 괘안나」 


그리고는, 율리우스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아나스타샤가 샤우라와 마주본다. 기사에 이어서 질문권을 주장하는 아나스타샤는, 그 연두빛의 눈동자에 샤우라를 담고선, 


「샤우라씨는 그건게가. 정확히는 이 감시탑......이 아이고, 대도서관 플레이아데스의 파수꾼의 입장이란게가?」 


「정확함다」(역자: 야이 십새야 이거 이해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어) 


「그런게가, 그렇다면, 내의 예상은.......넷. 음, 다섯인가?」 


오른손을 들어올려서 5개의 손가락을 세우는 아나스타샤. 그 행동과 발언에, 의도를 읽지 못하는 샤우라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눈을 깜박였다. 

그러나, 


「――샤우라씨가 말했던, 탑을 지키기 위한 비밀규칙. 다섯개 아인가?」 


「――――」 


화려하게 미소를 짓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샤우라는 처음으로 말이 막혔다. 

눈을 두리번 거리면서 어깨가 튀어오른 그 반응은, 말보다 더 명쾌하게, 아나스타샤의 의심이 사실이었다고 내보이고 있던 것이다. 


※ ※ ※ ※ ※ ※ ※ ※ ※ ※ ※ ※ ※ 


「원래, 저는 따로 사실을 숨긴게 아님다. 단지 묻지 않으니깐 말하지 않았던 것 뿐임다. 그 점, 제대로 서면에 남겨주셨으면 함다」 


「알겠으니까, 전부 털어놔」 


아나스타샤에게 비밀을 간파당해서 허둥지둥대는 샤우라의 변명의 스바루가 박살낸다. 

그 강경한 자세에, 샤우라는 자신의 양 손의 손가락을 각각 맞대고는, 


「예로 드는 얘기 임다만, 스승님일행이 저에게는 비밀로 탑을 나간다던가 하면, 저는 그럼 가차없이 죽이는 검다」 


「엄청 갑작스럽다!?」 


「별로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님다! 예로 든 얘기임다! 애초당시 이건 저에게 있어서 거역할 수 없는 문제인 검다」 


만약의 적대선언에 스바루가 눈을 크게 뜨자 샤우라는 장신을 작게 하고는 고개를 젓는다. 털썩 주저 앉아서 무릎을 안고 있는 샤우라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무릎으로 짜부라트리면서, 


「제가 스승님을 죽이다니,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슴까. 제가 죽임 당하면 끝일텐데, 엄청 힘듬다......」 


「그렇게 싫으면 거부하면......설마, 계약이라던가 말하기 시작하진 않겠지」 


찜찜한 예감이 든 스바루는 샤우라에게 그 단어를 말한다. 

애초에, 최조부터 샤우라의 태생에 대해 생각해보면 생각나는 얘기다. 4백년 전부터 탑에 틀어박혀서 『현자』 대신에 마녀가 봉인된 사당을 지키는 파수꾼. 

그런 너무 긴 느낌이 드는 역할을 맡고, 거기에다가 실제로 수백년의 기간에 걸쳐서 지시를 지킨다. ――수명도 본연의 자세도, 비인간적이다. 


「너도, 베아코처럼 정령이 아니야?」 


있지도 않았던 약속을 이유로 4백년동안 금서고에 얽매여 있었던 베아트리스. 

그런 그녀처럼 샤우라 또한 4백년동안 감시탑에 다가오는 것들을 잇달아 잡으면서, 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도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녀도 베아트리스와 같은 존재――. 


「그럴리가 없지 않슴까. 정령이라던가, 그런 푹신푹신한 녀석들이랑 같은 취급 받으면 못 견딤다. 단호히 거부......왠지, 갑자기 모두의 눈이 무섭슴다!」 


「이 장소의 체면의 80%가 정령이랑 관계되어 있으니까!」 


아무튼, 미숙한 인간을 포함해서 정령술사가 3명. 거기에다가 정령 그 자체인 유녀가 한 명이고, 임시 정령에 몸을 빼았긴 인물도 한 명. 무관한 사람들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니족 자매와 왠지 악동스러운 얼굴로 샤우라를 보고있는 메리 정도다. 

샤우라의 발언은 그런 일동에게 있어서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다만, 


「그렇다면 넌 도대체 뭐야? 정령이 아니라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계약을 지킬려고 할 필요는 없잖아」 


「무슨 소리야, 스바루. 정령이라도 정령사가 아니더라도, 약속했다면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게 당연하잖아. 약속은 중요. 자, 반복해」 


「아니, 지금은 내가 나빴지만, 악의는 없었으니까......」 


「약속은 중요. 세번 반복」 


「약속은중요약속은중요약속은중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에밀리아에게서 질책을 듣고, 3회 반복하고 용서를 받는다. 

어쨌든,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우스운 대화는 재쳐두고, 샤우라의 완고한 자세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로, 의리가 엄청날 뿐이라는 얘기라고 생각되진 않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샤우라양이 무엇을 명령받았는지, 다. 이야기가 크게 탈선하는 것은 너의 나쁜 버릇이라고. 의식하는 편이 좋겠어」 


「마치 내가 전부 나쁜 것처럼......알았어! 내가 나빴다고! 내가 나빴다는 건 인정하겠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전부 토해내라고. 임마!」 


「우와――, 완전히 엉뚱한데에 화풀이하고 있지만 그거야말로 스승님인 검다. 얘기하는 검다」 


한심한 얼굴로 덤비는 스바루에게 샤우라는 기쁜듯한 모습으로 손뼉을 친다. 그리고 그녀는 헛기침을 하고 묘하게 딱딱한 태도로 「그럼」이라고 하며 입을 열었다. 


「불초한 제자인 제가 들은 질문들을 간단하게 대답해 드리겠슴다. 우선, 대도서관 플레이아데스의 도전자는 이제 절대로 밖으로 내지 않슴다」 


「갑자기 어쩔 수 없게 된거냐」 


「괜찮슴다! 제대로 빠져나갈 길이 있슴다! 다만, 제대로 대도서관의 『시험』을 풀고나서, 1층 『마이아(Maia)』까지 가면 문제 없음다. All-OK임다!」 


엄지를 세우고, Good 하고 Thumbs up하는 샤우라. 


「덧붙여서, 이 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저는 피도 눈물도 없는 킬링머신으로 변신하니까, 스승님과의 약속은 무효인 검다. 참견할 검다」 


「나와의 약속보다 우선도가 높다는 건가. 상처입었어――」 


「오오――, 스승님을 상처입히는데 성공하다니, 저도 실력이 늘어난 검다! 이것은 진화가 틀림없슴다! 4백년의 집대성임다!」 


「짖궂어!」 


「저도임다!」 


예민한 말다툼, 그리고 샤우라는 두번째 손가락을 세우고는 세운 손가락을 리드미컬하게 흔들면서 「계속하자면――」라고 말을 잇는다. 


「이제 질려서 팍팍 가는 검다. 하나, 『시험』을 끝내지 않고 떠나는 것을 금함. 둘, 『시험』의 규칙을 어기는 것을 금함. 셋, 서고에 대한 결례를 금함. 넷, 탑 그 자체에 대한 파괴행위를 금함. 다섯......어――, 다섯번째 규칙은.......어――, 없슴다」 


「전부 네 개의 규칙......인데」 


어떻게 말해도 분명치 않은 샤우라의 말을 들고는 에밀리아가 생각에 잠긴듯한 얼굴로 스바루 일행 쪽으로 뒤돌아본다. 그녀가 품은 불안과 우려에 스바루도 수긍했다. 

샤우라가 말한 내용은, 대체로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의 문제지만,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몇 군데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시험』의 규칙을 어기는 것을 금함. 이라는게 신경이 쓰이는데」 


턱을 괴는 스바루에게, 율리우스도 동의하는 모습이다. 

3층 『타이게타』의 『시험』, 적어도 모노리스를 이용한 별자리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스바루일행은 그런 규칙의 지적을 받지 않았다. 

굳이 규칙에 따르자면, 잘못된 모노리스를 건드린 순간 실격처리되겠지만――, 


「규칙, 규칙.....뭔가 싫은 느낌이 든데이」 


「......묘소의 『시련』은 실패하면 다음 날까지 도전할 수 없게 됐었지. 그거, 아까 본 『시험』의 재시도랑 좀 닮았는데, 혹시」 


거기서 말을 자르고서, 에밀리아는 주저하는 듯이 입술을 깨문다. 흔들리는 보라색 눈동자는 스바루쪽을 흘깃 보자, 그 시선에 스바루는 수긍하는 것으로 돌려줬다.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얘기해줘. 무슨 말을 해도 바보취급같은건 하지 않으니까」 


「응, 알겠어. 저기, 스바루랑 아나스타샤씨도 말했었지만, 이 탑을 만든 사람은 굉장히 심술궂....겠지?」 


「단어 선택이 귀엽지만, 그렇지.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해. 즉, 굉장히 심술궂은 사람이 된 느낌으로, 샤우라가 방금 말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런게 아닐까해서」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고, 에밀리아는 입술을 한번 핥는다. 그녀는 양손을 모아서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고는,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규칙, 그런데도 우린 규칙의 내용을 몰라.....그 자체가 심술궂다고 생각하지 않아?」 


「......즉」 


「규칙을 상상하면서, 그것을 어기지 않도록 진행하라는 말인 것 같아서」 


「――――」 


에밀리아의 불안한 말에 스바루일행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 반응에 에밀리아는 긴 속눈썹에 둘러싸인 눈은 내리뜨고는, 


「에키드나라면 그렇게 할 것 같아서」 


「......에밀리아땅도 성격 더러운 놈이라면 확 떠오르는 게 그 녀석인가. 마음이 맞네」 


보충으로 덧붙였던 한마디가, 적어도 스바루에게는 신빙성을 더한다. 

에밀리아의 낮선, 성질 더러운 인간적인 발상.――그리고 그것은 꽤나 들어맞지 않나 라고 스바루에게는 느껴졌다. 


여겨서는 않되는 룰을 준비하고, 그 내용을 도전자들에게 밝히지 않는다. 

꽤나 성격도 취미도 나쁜 장치다. 


「덧붙여서, 이 규칙을 어김의 판정은 네가 하는거야?」 


「어떻게든지 알게 되는 것 같슴다. 지금 말한 조건 중에서 어느게 어겨져도 저는 그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슴다. 그러니까, 속일 수 없는 검다. ――저도, 스승님도, 절대로」


말의 뒷부분, 굉장히 신묘한 태도로 단언한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샤우라의 역량이라는 의미의 힘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샤우라에게, 샤우라정도로 힘을 가진 존재에게, 말하게 할 만한 힘이 있었다. 


「원래부터 재난이었던 곳에 재난이 덮쳤을 뿐이야. 이제 와서 놀랄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네가 가끔씩은 부럽군」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린 스바루에게 율리우스는 그렇게 말했다. 스바루가 그 미남의 옆모습을 쳐다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역시, 항상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상대밖에 상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 그런 정신을 기르게 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건 나에게 있어서는 좀처럼 어쩔 수 없는 경험의 차이로군」 


「넌 좀 더 네 밑에 있는 것들을 무서워하라고. 곧 책상의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부딪칠 거니까. 부딪쳐라」 


「네이네이, 사이좋게 싸우는 것도 좋다만, 주제를 잊으면 않된다꼬?」 


스바루와 율리우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아나스타샤가 주저앉은 샤우라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그게 참말로 마지막인카? 그 이외는 다 괜찮은기가?」 


「맹세하는 검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닌검다. 거기에, 이 규칙을 어기지 않는 이상, 저의 몸은 저의 것임다. 잘못말했슴다. 스승님의 것임다」 


「필요없어」 


「반품된 검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스승님에 곁에 있는 검다!」 


「그것도 필요없어」 


허리를 손으로 짚은 아나스타샤에 의해 재확인돼서 샤우라는 필요없는 정보와 함께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 여기저기 쓸데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은 밑층에서 스바루와 한 약속――스바루일행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지킨다는 것이다. 

물론 규직이 어겨지지 않는 동안이라는 조건부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험』을 마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왠지 더더욱 묘소의 『시련』을 닮아 가는 것 같아」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를 적대하는 이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으면 돌아가도 된다고? 묘소보다는 쉽지」


「스승님은 그런 짓을 하지 않슴다! 누구보다도 마음이 넓고 상냥했던 검다! 으악! 거짓말을 한 바람에 몸이 가려워져버린 검다!」 


탄식하는 에밀리아와 스바루의 앞에서 자업자득의 샤우라가 팔딱거린다. 

일단 샤우라에게서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하는 부분은 이런 곳인가. 


「이야기는 끝났어어? 이제 알몸의 언니랑 붙어있어도 돼애?」 

「끝났어 끝났어. 괜찮아, 마음대로 해. 랄까, 엄청 따르고 있잖아」 


이야기의 끝을 알아차리고, 무시당하고 있던 메리는 샤우라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 가는 어깨에 매달리고는, 다시 등에 올라탔다. 

완전히 탑 내의 메리의 지정자리에 자리잡은 모습이다. 용차를 짊어질 수 있을만한 괴력을 지닌 샤우라에게 있어서는, 메리의 정도의 무게는 그야말로 깃털이나 다름없겠지만. 


「언니의 옆에 있으며언, 어쩐지 굉장히 안심되는거얼」 


「저는 뭐, 별로 신경쓰지 않슴다. 꼬맹이 2호의 귀찮음 정도로 보는 검다」 


「2호?」 


「2호가 여기에 있는 꼬맹이고, 1호는 저기에 있는 꼬맹이임다」 


메리를 목마 태워준 채로, 샤우라는 1호라고 하면서 베아트리스를 가리킨다. 

꽤나 무례한 샤우라의 그 발언에 베아트리스는 어떤 반응도 내보이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얼굴을 붉히면서 샤우라에게 덤비는게 그녀의 성격일텐데. 


「랄까, 조금 전에도 얘기에 전혀 섞이지 않고, 무슨 일이야?」 


「――――」 


「베아코? 어이, 베아트리스. 대답해. 이마에 키스해 버린다」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야」 


「――――」 


듣지 못한 건 아닌지, 스바루의 말에 그런 기운없는 대답이다. 그게 재미없어서, 스바루는 눈썹을 찌푸린다. 

그리고는, 


「쪽――」 


「으갸――인걸까!?」 


왠지 화가 나있어서 정말로 이마에 키스하자, 순식간에 베아트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맞췄던 이마를 누른채로 높이 날아오른다. 넘어진다. 일어난다. 넘어진다. 


「너무 동요하잖아......」 


「가, 가, 가,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것이야!? 너무 갑작스러운 것일까!」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고, 네 허가도 받았었어. 너, 진짜로 괜찮아?」 


이마를 필사적으로 문지르는 모습에 살짝 상처받으며, 스바루는 소녀를 걱정한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사정이 얽혀있는 사구의 한가운데에 있는 탑이다. 스바루는 잘 모르는 장독인가 뭔가가 맴돌고 있을테고, 그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상태가 안 좋으면 나랑 손을 잡자. 그럼 안정되겠지」 


「이 흐름으로는 무리인 것이야! 제대로 침착할 시간을 주는 것일까!」 


얼굴을 붉히고, 캬――라고 외치는 베아트리스에게 스바루는 어깨를 으쓱였다. 손을 잡는 것마저 거부당한건 좀 충격이지만, 이걸로 평상시 그녀의 태도다. 

무언가 근심거리가 있다면, 또 기회를 봐서 알아낸다. 


「그럼, 그렇게 되면, 나머지 문제는.....」 


「결국 2층 계단의 소재는 마구잡이로 뒤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긴가」 


또다시 책장으로 돌아서는 스바루의 말을 율리우스가 받는다. 

조금 풀이 죽어 보이는 이유는 일손이 필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샤우라에게서 받은 규칙에 의해서 중도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시험』을 끝내지 않으면, 탑의 밖으로 나가는게 인정되지 않는다. 당연히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 사구에 돌아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그러므로, 수색을 지금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사항이 없다. 


「모래밭에 떨어뜨린 금 알갱이를 찾는 기분이라고 하면 알겠어?」 


「너답지 않은 시적인 표현이지만, 솔직히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군」 


스바루와 율리우스가 드물게도, 눈앞의 난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의기투합한다.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어도 진척이 없다. 빨리빨리, 이 책의 바다에 몸을 던져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저기, 나, 조금 생각해 봤는데」 


새롭게 각오를 하고 서고에 임하던 두 사람에게 에밀리아가 작게 손을 올린다. 

되돌아보는 두 사람에게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심술궂은 사람이, 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계속 생각해봤어」 


「단어 선택이 귀엽지만, 그렇네. 그래서?」 


아까 전의 후렴, 마치 반복하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 대화를 끝으로, 에밀리아는 「그러니까」 라고 말을 잇고, 


「계단의 장소말인데, 혹시――」 


※ ※ ※ ※ ※ ※ ※ ※ ※ ※ ※ ※ ※ 


「역시, 이 탑 만든 놈의 성격, 최악이야!」 


높고 길게 뻗은 계단――2층 『엘렉트라』로 향하는 그 계단을 앞에 두고, 스바루는 견딜 수 없는 분노를 토해냈다. 

2층으로의 계단, 에밀리아가 생각해난, 그 숨겨진 장소는――, 


「4층이라던가 5층에,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곳에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 말이 맞다면 기쁠 것 같지만 기분이 복잡해질 것 같은, 그런 에밀리아의 말. 

그녀의 추측은 틀림없이 맞아들어서, 2층으로의 계단은 4층에 람이랑 렘이 기다리고 있는 녹색방의 바로 옆방――그 공백의 공간에 출현해 있었던 것이다.

3 Comments
캣닙 02.10 18:35  
이거 번역본 최신까지 티스토리랑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되어서 올라왔던건데 재배포 가능한거였나요? ㅠ
까치 02.11 02:33  
7장은 언제려나..

축하드립니다! 신사로 인정받아 34 LCP를 획득하셨습니다!

admin1546 02.17 15:10  
엄청 많이 나왔네요..

축하드립니다! 신사로 인정받아 35 LCP를 획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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