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로 6장 23화

뽀삐 0 646 0 0

주위의 하얀 공간이 사라지고 눈앞에 출현한 것은 석조로 된 방과 무수한 서가.

닿아있었던 모노리스의 존재가 사라졌단 것을 확인하고, 스바루는 자신이 더듬은 사고의 귀결이 아마 정답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판단하는데――,

 

"해냈어! 스바루, 정말――"

 

"생각한 녀석 성격 더러워!!"

 

"에에에?! 처음에 그 반응!?"

 

삼층『타이 게타』가 해방된 것을 보고 환희의 목소리를 높였던 에밀리아가 눈을 크게 뜬다. 성대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탑 안에 울려 퍼지는 듯한 스바루의 욕설.

놀란 에밀리아나 지켜보는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고 스바루는 "아, 미안"이라며,

 

"뜻대로 풀린 건 내가 생각해도 큰 공인건 틀림 없지만……이걸로 풀린건 거꾸로 엄청 잘못됐다고 생각해. 아니, 실제로 공정하지 않잖아"

 

"그런, 거야? 스바루가 똑똑한 덕분에 수수께끼를 풀었다……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똑똑해서 풀었다기보다, 나같은게 아니면 풀 수 없다는게 크게 잘못됐다는거지"

 

머리를 긁는 스바루이지만 에밀리아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생각하지만, 자세히 설명해도 좀 귀찮은 해법이다.

 

삼층『타이 게타』에 존재했던『시험』이다만, 그 내용은 스바루가 풀면서 말한 대로 오리온 자리의 일화를 빗댄 것이었다. 그 자체는 "생각한 녀석이 별을 좋아하거나 로맨티스트인거냐"라고 자신을 미루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만, 큰 문제가 되는 것은『오리온 자리』와 관계된 지식은 이 세계에서 얻을 수가 없다는 것.

 

오리온 자리는 물론 샤우라가 별의 이름인 것도, 별자리의 배열 방식이며 이것저것 전부, 스바루가 있던 전 세계의 지식인 천체이다.

이 세계가 사실은 스바루가 있던 세계의 아득한 미래라던가 잃어버린 과거의 문명이라는 전개가 있다면 가능성은 남지만, 이 세계의 밤하늘의 보이는 모습이 스바루가 아는 천체와 판이한 것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뭐, 밤하늘의 별자리가 전부 바뀌어버릴만큼 세월이 흘렀다……라면 어쩔수 없지만 그거야말로 오리온 자리같은건 남지 않는 상황이니까"

 

밤하늘에서 오리온 자리가 없어질 만큼 세월이 흘렀다면, 오리온 자리의 일화같은건 더 빨리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절로 찾아오는 답은 하나.

이 문제를 생각한 인간은, 스바루와 같은 밤하늘을 아는 사람.

 

더 나쁘게 말하면, 이세계의 밤하늘에 밝은 사람 이외에는 풀지 못하는 문제를『시험』이라고 우기는 성격 파탄자다.

그리고 이 문제를 생각해 낸 것은, 여기까지의 회화의 흐름으로 보면『현자』플뤼겔이 틀림없다.

 

"너의 스승님 말이지만, 정말로 성격 나쁜 놈 같구나"

 

"아니아니아니아니, 무슨 말을 꺼내는겁니까. 본인이 본인을 욕하는건 스승님답지 않아요! 게다가 성격 나쁜 것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풀리는 만큼 틀림없이 유정(有情)입니다! 레이드라면 절대로 생트집잡아서……자기 분신같은걸 둬놓고, 이기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했을겁니다"

 

"그것도 무섭지만 가능성은 어느 쪽이 나으련지……"

 

어느쪽이든 과거『질투의 마녀』를 물리친 영웅들은 성격에 문제있는 모습. 이 상태라면 아직 이세계의 지혜를 시험받는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말인데"

 

변명이 되지 않는 변명을 하는 샤우라에게 스바루가 탄식하자, 거기에 비집고 들어간 것은 주위를 둘러보던 아나스타시아이다. 그녀는 목도리를 조급히 쓰다듬으며, 책이 빽빽이 꽂혀있는 서가 하나하나에 눈을 두고,

 

"나츠키 군의 공적으로『시험』은 돌파……그건 좋지만 여기 서고의 역할은 어떤걸까. 어떤 책이 있으려나 흥미있는데"

 

"샤우라 양의 설명으로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알 수 있는 지식의 보고 ――같은 설명이었지만"

 

아나스타시아의 의문에 수긍하고 율리우스가 언뜻 샤우라를 본다. 그러나 샤우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 등은 잊은 얼굴로 그 벌거벗은 피부에 겸손없이 접하고 있는 메리와 장난하고 있다.

기대도는 처음부터 낮았지만 샤우라에게 이『타이 게타』서고의 설명을 듣는 것은 거의 거의 무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저것의 반응으로 미루어보면, 애시당초『타이 게타』가 열린 게 처음인 것이야. 둘러보고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일까"

 

"그렇겠지……너 기분탓인가, 들떠있지 않아?"

 

"그런 거……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야"

 

스바루의 바로 옆에 와서 옷 자락을 몰래 잡는 베아트리스는 평소보다 조금 빠른 말투다.

미묘하게 눈동자를 빛내며 흥미롭게 서고를 둘러보는 시선 ――그 원인에 생각이 미치자, 스바루는 상황도 잊고 뭔가 흐뭇하게 된다.

 

"틀림없이 너는 금서고에 싫은 기억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었어"

 

"……좋은 추억만이 아닌 것은 사실인 것일까. 하지만 어떤 장소라고 해도 거기는 베티가 4백년을 보낸 장소인 것이야. 그리고"

 

"그리고?"

 

"스바루가『나를 선택해』라고 베티를 설득했던 장소인 것일까. 잊으려 해도 잊혀질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야"

 

"――――"

 

뜻밖의 말에 스바루의 눈이 둥그레지자 베아트리스는 스바루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그 외면한 얼굴의 귀가 붉게 물들어 있어 부끄러워하는 것이 전부 티난다.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쑥쓰러워하는건 뭐하는거야, 너"

 

"베티의 금서고의 기억은 확실하게 스바루라고 기억에 마감되어있다는 증명인 것이야.……딱히, 그것 뿐인 것이야"

 

"너, 귀엽구나"

 

"무캬――, 인 것일까!"

 

사랑스러움이 치밀어, 스바루는 베아트리스의 머리를 뭉그러질 때까지 쓰다듬어 준다. 도중에 베아트리스가 고양이 같은 비명을 지르며 멀어지고 스바루는 그것을 만족스럽게 배웅해준 뒤, 기막히다는 표정을 하는 아나스타시아 일행에게로 방향을 바꾼다.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서고쪽을 확인해볼까"

 

"잘먹었습니다, 인거네. 보고있으면 흐뭇해지긴 하지만, 부자의 교환같달까……"

 

"적어도 남매겠지"

 

아나스타시아의 감상에 혀를 내밀고, 스바루는 몸을 풀며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스바루 일행이 있는 곳은 석조로 된 원통형의 방 한복판이다. 구조 자체는 원래의 탑의 연장선상으로 돌아가서, 끝이 없다고 생각할만큼 확장되어있었던 공간이 환각이었다는것을 알게 해준다.

6층, 5층은 나선 계단 외에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광대한 공간. 거꾸로 4층은 몇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샤우라적으로 말하면 다목적 보금자리. 

 

한편, 3층은 같은 넓이의 공간에 빽빽하게 서가가 즐비하며 키 큰 책장에는 무수한 책이 가득 꽂혀있다. 방에는 원형의 단차가 여럿 있고, 스바루 일행이 있는 중앙이 가장 낮으며 밖으로 나가면서 단차가 높아진다.

장서는 아찔할 정도 많아, 베아트리스의 금서고도 상당한 양이었지만 단순히 책 수로만 하면 물량으로는 이쪽이 압도하고 있을 것이다.

 

"목적의 책을 찾으려면 검색용 컴퓨터가 필요하겠는데"

 

"금서고 안이라면,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베티는 완벽했던 것이야"

 

"대단하네 너. 천재?"

 

베아트리스의 비밀스런 자랑에 감탄하면서, 스바루는 가까운 책장에 다가간다.

보면 에밀리아네도 각각 책장에 다가가는 있지만 좀처럼 손에 잡을 용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푼 것은 스바루잖아? 그러니까 스바루 이외의 사람이 만져도 괜찮은걸까 해서"

 

"아――, 확실히 어떨려나. 하지만 정답자밖에 못 본다는 형식으로 한다면, 푸는 것을 보기만 한 에밀리아땅네까지 서고에 들여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아, 그런가. 여기에 들어온 시점에서 허가가 났다고 생각해도 좋은거구나"

 

"응, 그렇다고 생각하 ――지만 에밀리아땅!?"

 

경계하던 에밀리아에게 스바루가 추측을 들려주자 그녀는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 경계심 없이, 바로 눈앞의 책꽂이에서 책 한권을 빼냈다.

그리고 나서 놀란 스바루의 앞에서 술술 내용을 훑어본다.

 

"음――, 평범한 책……인걸까. 스바루, 무슨 일이야?"

 

"아니, 괜찮은데, 에밀리아땅의 배짱에 놀라 다시한번 반했을 뿐이야.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한건 나지만, 내가 말한거라고?"

 

"――? 스바루가 말했으니 괜찮잖아? 에, 이상한거 말했어?"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얼굴의 에밀리아에게 스바루가 말을 잃는다. 스바루는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고"우아――"라고 중얼거린다.

 

"뭐랄까, 신뢰의 눈길이 아프다"

 

"그것이 네가 쌓아온 것, 이라는거다. 그리고 실제로 너는 누구도 못 푼『타이게타』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그 공적, 이미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되어있겠지"

 

"그런거 우연히 들어맞은것 뿐이야. 어쩌다보니 나였을 뿐이지"

 

스바루의 곤혹에 율리우스가 어깨를 움츠리지만, 기사의 말에 스바루는 눈을 피한다.

에밀리아의 신뢰, 베아트리스의 친애, 율리우스의 성의 ――모두 스바루가 원한 것에 틀림 없는데, 그것이 주어지는 것에 위화감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것을 받은 가치가 있는지, 스바루는 항상 자신에게 의심하고 있다.

 

"에밀리아씨의 말대로 평범한 책이네. 딱히 만지는 순간에 몸이 불타거나 하는 무서운 장치는 없어"

 

"책의 재질은……다소 불투명하군요. 오래된 정도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내용은……?"

 

에밀리아의 희생적 적극성이 있고 나서, 다른 사람들도 속속 책에 손을 내민다. 하지만 방대한 책 한권 두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을정도로 세상이 간단하지는 않다.

아나스타시아와 율리우스는 내용물, 디자인 등을 살펴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베아코, 어때?"

 

"보아하니 책의 규격은 통일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제목은 모두 다른 것이야. 이것은『노아·리벨타스』. 여긴『리브레·후엘미』.……늘어놓는 방법도 엉망진창인게 보이는 것일까"

 

사서의 피가 쑤시는지, 책의 적당한 진열 방식에 베아트리스는 못마땅해한다. 그다지 금서고에서 그녀가 정리 정돈했던 기억은 없지만, 정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베아트리스의 분노는 어쨌든, 스바루는 책의 책등을 보면서 깨닫는다.

 

"이 책의 제목인데……혹시, 전부 사람 이름?"

 

"음……, 그런 것 같아. 이건『파르마·에우레』, 이쪽은『코요테』"

 

"모르는 이름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다지 식견이 깊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내가 아는 한 아는 이름은 아니다. 물론 잘 둘러보면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만……"

 

"네가 모른다면, 아마 여기에 있는 녀석들중 아무도 알지 못할걸"

 

진심인지 겸양인지 불명이지만 지식덕후 스러움이 드러나고 있는 율리우스이다. 그런 그의 지식에 없다면, 이름 타이틀이 적당한 것인 것은 사실이다.

스바루도 적당한 책을 손에 들고 내용을 보지만 나열되는 문자는 평범히『이 문자』와 『로 문자』에『하 문자』같은, 이 세계 특유의 언어이다.

 

이것이 복음서가 되면 정식 소유자 이외에는 읽을 수 없는 기하학적 문자로 그려지게 되긴 하지만, 이들 책에 그런 잔재주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글씨가 너무 섬세하고 문장 자체가 너무 지루한 탓인지 읽어도 읽어도 머리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지만 그것은 흥미 없는 책에 흔히 있는 문제이다.

 

"일단 아나스타시아 씨도 확인 하는데……아는 이름이나 있어?"

 

"――――음――응, 없는것같은데?"

 

일단 명목상으로 스바루는 아나스타시아에게만 확인을 한다. 물론 아나스타시아 본인이 아니라 그 육체의 제어권을 쥐고있는 襟ドナ의 확인이다.

율리우스 이상의 지식을 보유할 가능성이 襟ドナ에게는 충분히 있다. 여기서 襟ドナ가 거짓말을 할 필요성은 그 정령이 처음부터 적대 의사가 있는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일단 그 보고를 믿고, 스바루는 어떻게 된 건가 하고 쩔쩔맨다.

 

"쩔쩔매기엔 빠른가. 나무를 숨기려면 숲 속……어쩌면 중대한 정보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책이 여기에 숨겨져있다고 하면 싫은데"

 

"도중에 포기하지 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풀기보다 훨씬 나아갔잖아. 힘내야지!"

 

엄청난 양의 책을 앞에 두고 빨리도 앞으로의 불안에 스바루의 마음이 약해진다. 그런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작은 주먹을 쥐고 기합을 넣는다.

그 에밀리아의 자세를 따라하고, 스바루는 서가로 향한다. 나열된 사람 이름의 제목들은 모두 기억에 없는 것 뿐. 적어도 아는 이름이라도 보였으면 하는 욕구도 ――라며 책등에 손가락을 대고 책을 훑던 도중.

 

"……?"

 

훑던 도중 갑자기 스친 제목에 스바루는 손가락을 멈췄다.

그 책의 책등에 손가락을 걸어 꽉 막힌 책장에서 기울여 빼낸다. 책의 제목에 있는 것은 알던 이름이다.

어쩌다보니 책을 손에 들고, 스바루는 책을 연다. 그리고 지인의 이름이 들어간 책의 내용을 훑어보 ――는 직후 그것이 왔다.

 

――의식이 악화된다.

 

※ ※ ※ ※ ※ ※ ※ ※ ※ ※ ※ ※ ※

 

――여자, 한명의 여자가 있었다.

 

여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할 만큼 아직 어린 여자이다.

마른 몸에 허름한 옷, 햇볕에 그을은 갈색 피부에 녹색의 머리카락.

 

계집 아이라 불리는 연령대의 여자는 마르지 않는 고민에 마음이 지배되고있었다.

그것은 결코 답이 나오지 않는, 여자에겐 타고난 명제였다.

 

"――――"

 

끝없이 고민해도 끊이지 없는 최상의 명제.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그 흑과 백 ――즉 선과 악에 있었다.

 

올바른 것, 잘못된 행위.

세상에는 무수한 선택 사항이 있지만, 모든 행동에는 양극 하나의 평가가 내려진다.

 

아직 계집 아이였던 여자에겐 그 이치에 고민하는 이유가 있었다. 필연이 있었다.

여자의 세계를 흑과 백, 선과 악, 선인과 악인, 두개로 나눈 것은 여자의 아버지이다.

 

"――――"

 

여자의 아버지는 죄인의 목을 치고, 죄에 걸맞은 벌을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다.

죄를 저지른 죄인에게 죄에 걸맞은 벌을, 인생의 최후를 주는 것이 부친의 생업.

 

"――사형 집행인"

 

그렇게 불리는 아버지의 소행을, 처형장의 기본 방침을, 여자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다.

끔찍하고 잔혹한 일, 죽은 죄인의 단말마, 피와 죽음에 지배당한 처형장.

 

――거기에서 여자가『죽음』을 계속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여자의 아버지의 뜻이다.

 

저지른 죄에는 벌이 내려지고, 악과에는 악과에 걸맞는 보답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선악, 자신이 사형 집행인으로써 믿는 기본 방침을 아버지는 여자에게 가르쳤다.

 

아버지의 뜻은 숭고한 것이며, 고결한 사상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어린 나이를 생각하면 그것은 독단적이라고 할까, 이상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일렀다.

 

여자는 몇명의 죽음을 지켜보고, 피의 향기를 맡고, 죄인이 처벌되는 것을 새겼다.

그 결과 여자는 생명의 고귀함과 사람의 생사의 이치를 배우기 이전에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배웠다.

 

선행이 선인을 낳고, 악행이 악인을 부르며 죄인의 영혼은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그렇게 이해하고 여자는『죄에 상응하는 벌』의 본질을 바란다. 그를 위한 지침이 될 수 있는 것을, 악업을 악이라고 정하는 저울을 요구했다.

 

"――――"

 

그러나 여자가 요구하는 저울은 여자가 찾는 범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의 선악에 단순한 답은 없다, 옳고 그름은, 죄와 벌은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

 

하지만 아직 어린, 타협과 체념을 모르는 여자는 멈추지 않는다.

답을 얻어야 한다. 선악에 상응하는 저울을 마음에 품지 않으면 안 된다.

사라지지 않는 속마음의 질문에 답을 내놔야 한다.

 

"――――"

 

그렇게 오뇌하는 날이 이어지지만 답이 기적처럼 주어진 것은 갑자기다.

 

아버지의 잔을 깨고 여자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크게 떨었다.

어쩌면 머리를 잘리는 것조차 각오하고, 여자는 자신의 죄를 아버지에게 고백했다.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고 사과한 것은 올바른 것이란다"

 

여자의 아버지는 과실을 용서하며 미소조차 짓고, 여자에게 말했다.

그 아버지의 미소와 머리를 쓰다듬는 손바닥의 감촉에 어린 여자는 이해했다.

 

――저지른 죄를 재는 저울은 다름 아닌 죄인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비록 누가 안 보더라도 죄인의 죄는 자신의 마음이 알고 있다.

선과 악은 모른다. 어렵다. 옳고 그름은 확실한 지침이 없다.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죄 의식은 자신 속에 있다. 죄에 걸맞은 벌의 기준은 없다. 하지만 벌에 걸맞은 죄 의식은 자신 속에 있다.

 

여자는 이해하고 만족하며, 원하던 저울을 간신히 손에 넣었다.

어린 여자는 생명의 고귀함과 사람의 생사의 이치를 모른 채, 벌에 맞은 죄를 파헤쳤다.

 

"――――"

 

사형 집행인인 아버지를 본 받아 죄에 상응하는 벌을 내리기 위해 여자는 세상을 걷는다.

처벌당하는 죄인의 그 마음을 파헤치기 위해서.

 

"――――"

 

그것은 선악을, 옳고 그름을, 사실과 허구를 양분하는, 여성에게는 인생의 집대성.

어린 여자의 물음에 어떤 사람은 웃고, 혹자는 곤란해하고, 어떤 사람은 당황한다.

하지만 여자의 물음에 답한 결과는 모두 마찬가지다.

 

――벌에 맞는 죄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주위를 본다. 아무도 없다. 여기에는 이제 벌을 받은 죄인밖에 없다.

산산조각이 난 사람들의 파편과,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파편을 딛고 여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원을 이루기 위해 벌에 걸맞은 죄를 찾아 걷는다.

 

――『오만의 마녀』는 죄를 물어 벌을 주고, 죄인을 심판했다.

 

※ ※ ※ ※ ※ ※ ※ ※ ※ ※ ※ ※ ※

 

알던『마녀』의 시작을 지켜보고, 스바루의 의식이 아픔과 함께 회귀한다.

 

"으아――!!"

 

소리를 지르며 의식을 책에서 떼어 낸다. 피가 말라서 달라붙은 듯한 감각에 지배되며, 외측이 벗겨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무리해서 잡아당긴다.

 

통증이 있는 것은 머리도 몸도 아닌 영혼이다.

영혼이 책을 잡고, 거기서 떼 내는데 통증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스바루!"

 

"――헉!"

 

옆에서 목소리가 꽂히는 동시에 팔에 날카로운 일격이 박힌다. 다가온 에밀리아가 손날로 스바루의 손목을 때린 것이다.

충격에 스바루의 손은 활기를 띠고, 거기에서 쥐고 있던 책이 떨어진다. 책은 열린 채 거꾸로 바닥에 떨어지고, 스바루는 비틀거리며 책장에 기댔다.

 

"오, 오?"

 

"괘, 괜찮아? 지금 엄청 괴로운 것 같았는데……"

 

"어떻게든, 끝난건……가? 아니, 잘은 모르겠지만"

 

불안한 눈 그대로 손을 잡아 주는 에밀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스바루는 숨을 가다듬는다. 한 것도 없는데 심장은 활기를 띠어, 숨결은 침착하지 않고 거친 채이다.

쿵쾅쿵쾅 심장이 울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스바루는 심호흡을 반복한다. 그 눈동자는 여기저기 떠돌다 최종적으로 에밀리아에게 머물고 진정한다.

 

"괜찮아?"

 

"에밀리아땅의 얼굴을 보고있으면 진정돼. 조금만 더 손좀 빌릴게"

 

"그건 상관없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응석 부리는 스바루의 발언을 순순히 받은 에밀리아가 어깨를 기댄 채 묻는다. 그녀의 말에 베아트리스가 움직여 바닥에 떨어진 책에 손을 뻗었다.

 

"지금 이 책을 건드려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던 것일……"

 

"기다려 베아트리스! 만지지 마!"

 

"――?"

 

책을 잡으려는 베아트리스를 말리려고 하지만 그보다 먼저 소녀는 책을 집어 들고 만다. 안까지 훑어보지는 않은 베아트리스가 그 스바루의 서슬에 의아한 얼굴로 타이틀을 읽는다.

 

"――티폰. 스바루가 아는 이름인 것일까?"

 

"아, 아아……너야말로"

 

베아트리스의 질문에 스바루는 "너야말로 모르는거야?"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이 긍정도 부정도 되지 않고 멈추자, 스바루는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그 사이에 베아트리스는 책을 열고 안을 확인한다.

 

"바보――!"

 

"바보는 실례인 것이야. 딱히 다른 책과 다르지 않은 것일까"

 

스바루가 겪은 것과 같은 충격이 베아트리스에게도 꽂히 ――나 싶더니 소녀는 책의 내용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인 채, 그 책을 스바루에 들이댄다.

 

"하지만 스바루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느꼈다……그렇게 보였던 것이야"

 

"……그래. 하지만 왜 나만?"

 

"혹시 방에서의 문제같이 스바루밖에 알 수 없다던가? 혹은 역시 문제를 푼 스바루밖에 효과가 없다거나……"

 

"그렇다면 갈수록 성격이 나빠지는건데……"

 

생각에 잠긴 에밀리아의 말에 스바루는 싫은 예감을 느끼면서 고개를 흔든다. 아무튼 추궁된 책을 말하자면, 다시 한번 훑어본다는 기운이 나지 않는다.

 

――뇌리를 스치고 간 것은 매우 선명한 감각으로 체감한『여자』의 기억이다.

 

냄새가 있고, 공기에 맛이 있고, 발바닥에 대지의 감촉이 있으며, 짊어진 목숨의 무게가 있었다. 그만큼 진하게『누군가』의 기억을 간접 체험하고 복귀한 것이 기적이다.

 

어쩌면 그대로 남의 인생에 먹혔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 밖의 공포와 혐오감이 그 체험에는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스바루, 이 티폰이라는 사람과 어디서 만났어?"

 

"설명이 어려워……아니, 에밀리아땅에게는 어렵지 않은가? 모른다는건 만나지 않았다는 거겠지만, 묘소에 있었어"

 

"묘소――"

 

그 울림에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가 동시에 움직임을 멈춘다.

『묘소』는 스바루뿐 아니라 에밀리아에게도 베아트리스에게도 인연 있는 곳이다. 다만 그 묘소에서 벌어진『마녀의 다과회』를 생각하면 두 사람이 티폰을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에키드나가 순순히 에미리아를 초청했는지는 알 수 없고, 베아트리스가 아는 에키드나는 스바루가 아는 그것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티폰은 과거에 있던『마녀』중 한 명이야.『오만의 마녀』로, 외형은 베아코 정도의 갈색 로리. 단지 순수하게 잔혹하다는 말이 구현된 듯한 아이였어"

 

스바루의 설명에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는 짚이는 게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에키드나의 마녀 박람회는 스바루에게만의 특별한 조치였던 것 같다.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꽤 취향을 모아 주었다.

 

"순수하게 잔혹……인가"

 

입에 내보고, 스바루는 짧은 시간동안 접했던 티폰을 떠올린다.

실제로, 정신 세계에서의 일이라고는 해도 그녀에게 손발이 부서진 것은 잊기 어렵다. 직후에 나았다고는 하지만 사지를 잃은 충격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만 그런 그녀의 어딘가에 이상함이 엿보였던 근간에 어떠한 이유가 있었는지, 지금의『독서』에 의해서 표층을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바로 이해로 이어지는가 하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어쨌든 지금 나는 그 책을 읽고 그 티폰이라는 아이의……기억? 인생? 뿌리? 어쨌든 그런 것을 간접 체험했어.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스바루의 반응을 보면 알지만……사람의 기억을 간접 체험. 그게 왠지 점점, 묘소의『시련』같네"

 

"그때는 자신의 기억과 정면 승부 했었지. 뭐, 낙승했지만"

 

"그, 그렇네. 낙승했지만"

 

눈물콧물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울부짓던 것이나, 몇번이나 몇번이나 실패하고 마음이 약해질 뻔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스바루와 에밀리아는 서로 호응한다.

그런 두 사람의 태도에 눈을 돌리면서 베아트리스는 책의 먼지를 턴다.

 

"남의 기억을 간접 체험하는 책…… 말하자면 과거를 더듬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알고싶은것을 알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생각은……"

 

"베아코, 뭔가 생각 난――"

 

중얼 중얼, 스바루의 몸에 일어난 일과 내용에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베아트리스. 하지만 스바루가 그 옆 얼굴에 질문하는 도중 다시 목소리가 뛰어들었다.

 

"――윽"

 

소리가 난것은, 스바루네와는 다른 서가를 살펴보던 율리우스네다. 들렸던 우는 소리 같은 소리에 눈을 돌리자 책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는 율리우스의 모습이 보인다.

옆에 다가붙은 아나스타시아가 놀란 표정으로 기사의 어깨를 흔들며 책을 빼앗았다.

 

"율리우스? 율리우스, 정신차려! 내 목소리, 들려?"

 

"……아나스타샤, 님"

 

"그래, 그걸로 좋아. 천천히 심호흡하고.……응, 괜찮아?"

 

아까의 스바루와 똑같은 기색으로 율리우스의 의식이 현실로 귀환한다. 피폐한 모습조차 어딘가 그림이 되는 율리우스에, 아나스타시아는 안도의 표정을 보였다.

그 두 사람 쪽으로 뛰어가며 스바루는 "무사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어려운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지식 과부화인가? 기분은 이해할 수 있어"

 

"확실히 요즘 책을 읽는 생활에서 멀어졌다. 무예와 글에 모두 정통하고 있어야 할 기사로서 부끄러운 자세로군. 손쉽게 수수께끼를 푼 너의 식견의 깊이를 배워야 하겠지"

 

"잘도 뭐 설렁설렁……"

 

맛 본 것이 스바루와 같다면 영혼이 받은 부담은 상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후에 우아하게 강한 체 하는 자세가 밉다.

그런 스바루의 속내를 두고, 에밀리아가 흑발의 후두부에 촙을 넣는다.

 

"아파"

 

"조건 반사처럼 심술부리지 마. 율리우스, 정말 괜찮아?"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요란스럽게 반응한 제 몸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그렇지만, 심장에 나쁜 체험이긴 했습니다"

 

마음 고생을 감추고 에밀리아에 우아하게 응하는 율리우스. 다만 숨기지 못하는 충격은 그의 이마에 살짝 띈 땀이 증명하고 있다. 기지개를 켜고 아나스타시아에게 받은 손수건을 이마에 땐 율리우스가 황송하다는 자세로 고개를 숙였다.

 

"허세부리는건 남자의 본능이라 어쩔수 없다지만,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해줘? 무리해서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주위에 폐만 끼칠 테니까"

 

"네. 마음 감사합니다"

 

"응응, 아나스타시아 씨의 말대로. 그렇지, 스바루"

 

"왜 나에게 확인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렇겠지!"

 

두 진영의 주종이 그런 대화를 마치고 주안은 아나스타시아의 팔 안의 책으로.

율리우스가 내용을 살펴보고, 아마 스바루와 같은 체험을 한 것이다. 책표지에 눈을 돌리자, 적혀있는 제목은――.

 

"――발 로이 테메그리프. 알아?"

 

"나는 들어본적 없어. 아마 틀림없이"

 

읽은 에밀리아에게 눈짓을 받고, 스바루는 자신 있게 대답을 돌려준다.

그래도 비교적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다. 이 세계의 지인 관계라면 아람 마을에서부터 왕도의 과일 가게 아저씨까지 완벽하다.

그 기억의 명단에 발로이 라는 인물의 이름은 없지만, 그 이름에 고개를 기울이며, 짚이는 바가 있는 얼굴을 한 것은 아나스타시아였다.

 

"그 이름, 나는 기억이 있는데. 확실히……응, 그래. 볼라키아 제국의 장군중에 그런 이름의 사람이 있지 않았나?"

 

"――정확히는 전 장군입니다"

 

어렴풋한 기억을 걸어가 대답을 내놓은 아나스타시아에게 율리우스가 보충한다. 그 대화를 들으면 율리우스에게 관계 있는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그 직함의 격에 스바루는 눈썹을 찌푸린다.

 

"볼라키아라면, 남쪽에 있는 나라? 거기의 장군과 네가 아는 사이?"

 

"두번째로 정정 하지만, 전 장군이다. 딱히 특별한 말은 아닐텐데? 나는 이래뵈도 근위 기사단의 사람이다. 루그니카 왕국과 볼라키아 제국은 이웃 나라이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이름을 아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야"

 

"과연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네"

 

율리우스의 설명으로 스바루는 흠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쉰 뒤, 살짝 손을 뻗어 아나스타시아에게서 그『발 로이』의 책을 빼앗는다.

 

"나츠키 군?"

 

"놀라게 해서 미안.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책을 빼앗긴 아나스타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스바루는 회수한 책의 표지를 잡는다. 그리고 갑자기 책을 열고, 그 내용에 눈을 몰았다.

일순간, 스바루는 그『간접 체험』이 오는 것이 아닐까 각오한다. 아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옳았던 것은 후자이다.

 

"나도 일방적으로 아는 이름이 됐으니 읽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어"

 

"……스바루"

 

"지금 우리 사이에 중요한 것은 신뢰 관계잖아? 나와 너 사이에 그것이 있을지 어떨지……없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건 나뿐인가?"

 

"――그것은 비겁한 말투다"

 

자신을 째려보는 스바루에게 율리우스는 눈을 내리뜨고 대답한다.

그는 자신의 앞머리를 만지면서,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 이상으로 내가 신임을 두어야 할 상대는 지금은 없다. 라인하르트에게도 받지 못할 정신적 지주를 아나스타시아님과 너에게 받고 있어"

 

"……그 말하는 방식, 왠지 기분 나쁜데"

 

"나도 말해놓고 혀가 가려워졌다"

 

콧등을 스바루가 긁자, 앞머리를 잡은 채 율리우스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는 탄식한 뒤, 곧 아나스타시아와 에밀리아에게 머리를 숙였다.

 

"무례를 사과 드립니다, 아나스타시아님. 에밀리아님. 지금 저는 사소한 사정을 설명하는것을 망설였습니다. 책의 내용을 공유해야 할 자리에서 용서 받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걸 용서할지는 나와 에밀리아씨의 기량이네.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하고 싶은 말, 스바루와 아나스타시아씨에게 들었던적 있는걸까. 그러니까, 그건 어찌돼도 좋다고 지금은 생각해"

 

에밀리아와 아나스타샤가 일찌감치 사과를 받아들이자 율리우스는 한번 허리를 접었다. 그런 그의 속내가 스바루에게는 손에 잡히는 듯하다.

나쁜 짓을 했다고, 기합을 넣고 사과하는 인간은 용서에 약해진다. 스바루도 꽤나 맛봤던 감각이고, 남의 일이 아니다.

 

"발 로이 테메그리프. 볼라키아 제국의 전 장군입니다만……이미 죽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타국의 장군을 죽였다. 꽤 놀라운데"

 

"아나스타시아님은……아니, 지금은 잊었겠지요"

 

"――――"

 

체념한듯 말을 꺼내는 율리우스의 술회에, 아나스타시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율리우스의 지금 태도로 보아, 아마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의 율리우스와 襟ドナ에게 피랍되기 전 아나스타시아의 사이에서는 공유된 정보였을 것이다.

애당초, 조건적으로 금시초문에 돌아갔을 아나스타시아는 별로 놀라지 않지만, 스바루와 에밀리아의 놀라움은 상당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공부한 책이 옳다면 루그니카과 볼라키아는 엄청 사이가 나쁘다 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제국의 장군을 죽여놓고도 전쟁같은게 안 일어나는건가?"

 

솔직하고 소박한 두 의문에 율리우스는 조금 안도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사정이 뒤얽힌 결과다. 라인하르트와 페리스과도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전 장군은 제국에서 쿠데타를 획책했다. 내가 그와 만나는 결과가 된 것은, 마침 그때에 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두 사람도, 인건가. 라인하르트는 수출 금지지 않았어?"

 

"특례로 허가가 났다. 제국의 황제가 그를 만나고 싶어 했다는 사정.……아무리 너라도, 라인하르트에게 수출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엉겁결에 말이 나오지 않았어. 뭐라고 해야 좋았을까. 밀수?"

 

운반해선 안 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프리스테라에서 다시한번 라인하르트의 규격외의 존재를 실감한 몸으로써, 다른 나라의 주전에 라인하르트가 있는 것의 악몽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국경 부근에 오지 마라, 라고 국제 조약에 담기는 것도 이해가 가능하다.

 

"아무튼 그 전직 장성의 이름이 발 로이 테메그리프다. 미안하다. 원칙, 사정을 밝히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도 했고, 나 자신도 쓰라린 기억이었기에"

 

"대놓고 말하지 못할 사연인 셈인가. 알겠어. 입에 지퍼 달아두지"

 

"응, 알겠어. 나도 입에 지퍼? 해둘게"

 

율리우스 측의 사정이 판명되고, 스바루와 에밀리아는 비밀의 공유에 합의한다.

그리고 율리우스가『간접 체험』한 책의 인물이 드러나자――,

 

"알 것 같다는 것이야. 즉 여기에 있는 책은 읽은 인간이『알던 상대』의 과거를 간접 체험하는 책인 것일까"

 

"내가『마녀』에 율리우스가 전 장군인가. 그게 타당, 하겠지"

 

"뭐야, 놓칠 수 없는 단어가 들렸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츠키 군, 마녀와도 아는 사이야? 이야아, 그 교우 관계. 완전히 마녀교잖아"

 

"나도 자신이 정말 두렵지만, 거기까지 캐릭터 진하지 않으니까 안심해. 무개성한 것이 요즘 고민이야"

 

아나스타시아의 말에 스바루가 어깨를 움츠린다. 그러자,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 급기야 율리우스까지 신 것을 먹은 것 같은 얼굴이다.

그 뜻밖의 반응에 스바루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자 아나스타시아가 탄식하고,

 

"대략 서고의 책의 의미는 알겠네. 알겠지만, 나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도 괜찮을까?"

 

"별로 듣고싶지 않지만, 뭐야?"

 

"이 서고에 있는 책 전부에 인명이 쓰여져 있는거잖아?"

 

뻔한 것을 말하며 아나스타시아가 스바루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 설문에 답한 뒤 다음말이 두렵다고 생각하면서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나스타시아는『발 로이』의 책과 베아트리스가 가지고 있는『티폰』의 책을 가리키며,

 

"제국 장군님과 나츠키 군의 친구『마녀』의 책"

 

"친구는 아니지만"

 

"절친인『마녀』의 책까지 있다는 것은 고인의 책 또한 있는 것이지"

 

"――――"

 

티폰의 상태를 고인이라고 부른 것은 위화감이 남지만, 묘소에서 다과회의 공간이 소실된 지금, 그녀들은 완전히 숨졌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에키드나에 관해서는 襟ドナ를 포함해 수상한 점이 많아서 안심 못하지만. 

 

그런 스바루의 내심의 불안은 내버려두고, 아나스타시아는 그 자리에서 두 팔을 벌리면서 빙 돌아 서고의 전역을 제시하고 말했다.

 

"여기에 있는 책,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세계의 인간의 이름이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하면……목적인 누군가의 책만을 찾으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정정. 이 서고의 창조주,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성격 최악인 것이다.

 

 

 

 

[출처] (번역)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제6장 『기억의 회랑』- 23 [3층 타이게타의 서고]|작성자 원탁의 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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