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로 6장 22화

뽀삐 0 659 0 0

율리우스의 팔을 뿌리치고 혼자 서서『시험』에 향한다.

스바루의 눈앞, 만지고 있던 모노리스를 중심으로 무수한 복제 모노리스가 하얀 공간 속에 퍼진 모습이다. 그 수는 사실 세는 것도 싫어질 정도다.

 

"이것이『시험』……으로 괜찮은거지, 샤우라"

 

"괜찮지 않습니까? 스승님, 좋은 모습 보고싶습니다!"

 

"술자리 추임새 같은 소리 하지마……"

 

가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지만 아마 그런 느낌일까.

속편한 상태로 응원하고있는 샤우라를 배후에 두고 스바루는 방안을 둘러본다. 변함 없이 흰색으로 감싸여있는, 원근감도 고저 차도 죄다 미칠 것 같은 계층이다.

뚜렷한 변화는 위치한 모노리스들인데, 그들도 별로 최초의 한개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크든 작든 아무래도 크기의 차이는 있는 모습이지만, 그 이외는 공중에 떠있는 것도, 신기한 재질로 되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이외에 무엇인가 힌트가 될 것이라고 하면 역시 아까의 그것인가"

 

떠오르는 것은, 모노리스에 닿는 순간에 뇌 속에 울린 소리다.

 

『――샤우라에게 죽은 영웅, 그의 가장 빛나는 것을 만져라』

 

라고 한 그것은 고막을 통한 소리가 아니라 머리 속 뇌에 직접 속삭이는 것에 가깝다. 들린 음성은 소리가 아니라 그런지 『누군가의 목소리』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자신이 생각한 글처럼 뇌 속에 뛰어든 것이다. 자신의 생각엔 소리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모른다. 굳이 말한다면 자기 자신이다.

 

"들렸던 그 목소리가 시험 문제라고 판단해야되나? 그렇게 되면……"

 

"스바루, 생각에 잠기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몇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먼저 그것을 듣고 나서도 늦지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바루에, 아까 장난을 했었던 율리우스가 그렇게 말한다.

아래로 가는 계단 부근, 모노리스에 멀찍이 둘러선 에밀리아 일행이 그곳에 굳어 전원 골치를 썩히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손짓하고 있는 율리우스에게 스바루는 "헤에"하고 감탄한 것처럼 어깨를 움츠렸다.

 

"그런가. 내가 자고 있는 사이, 다들 먼저 도전했던 거니까……진전이 있는건가"

 

"진전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 그런가. 스바루, 손 닿는 곳에 있는 석판……아니,『모노리스』에 닿아 봐라"

 

"너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거냐? 아니, 상관 없지만……"

 

 몹시 모노리스의 호칭에 집착하는 율리우스에 눈살을 찌푸리고, 스바루는 바로 우측에 있던 모노리스로 다가간다. 첫 모노리스와는 별개의 복제된 장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처음의 모노리스보다 조금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만지는 순간 팔이 휩쓸리거나 하는 트랩 아닌가?"

 

"괜찮은 것이야. 만약 그렇게 되면 앞으로 평생 베티가 스바루의 오른팔 대신 되어주는 것일까"

 

"그럼 나도 스바루의 왼손을 대신해 줄게. 안심해줘"

 

"그 상정이라면 내 양팔이 없어지는데!"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의 든든한 보증 덕분에 스바루는 용기를 내 모노리스에 손을 뻗는다. 만지는 것 그 자체에 큰 불안은 없다. 동료들이 멈추지 않고 권장하는 이상 안전성을 의심할 필요는 전혀 없다. 문제는 단순히, 모노리스 복제처럼 놀라운 사실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지만――.

 

"오?"

 

불안을 안은 채 손 끝이 모노리스에 닿자, 검은 석판은 눈부실 정도로 빛난다. 그 눈부심에 스바루는 숨을 멈추고 엉겁결에 얼굴을 팔로 덮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스바루의 눈앞에는――.

 

"어라? 모노리스 어디갔어?"

 

"후후후, 스승님, 뒤에요"

 

"뒤……?"

 

눈을 깜빡인 뒤, 눈앞에 있었을 모노리스의 소실을 스바루는 확인한다. 그 사실에 놀라고 있자, 무의미하게 이겨서 기세가 오른 샤우라가 뒤를 보라고 재촉했다.

보면 계단의 정면 ――즉 첫장의 모노리스가 있던 곳이다. 거기에 시작의 모노리스가 한장. 나머지 모노리스는 모두 방에서 사라졌다.

 

"즉……이건?"

 

"처음 상태로 돌아갔다. 즉,『시험』에는 실격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실망하는 모양이 되는 스바루의 옆을 지나 율리우스가 첫 모노리스에 부주의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손을 뻗어 표면을 만지자 순간에 뇌 속에 울리는 그 목소리――.

 

『――샤우라에게 죽은 영웅, 그의 가장 빛나는 것을 만져라』

 

다시 출제가 되는것과 동시에, 첫 모노리스로부터 다시 속속 모노리스가 복제되고 그것은 방금 전과 같은 기세로 방 곳 곳에 산재, 『시험』이 배포된다.

말하자면『재시험』이라는 것이다.

 

"과연. 답에 도달할때까지 몇번이라도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고 하는 것이 현재로선 우리의 추측이다. 참고로 이 모노리스 말지만, 마구 만지고다녀도 대답에는 이르지 않는다……라고만은 명백하게 밝히지"

 

"아, 서투른 수법은 이미 써봤다는 말인가"

 

율리우스의 순한 말을, 스바루가 인정미 없게 잘게 씹는다. 그러자 그 설명을 들은 에밀리아나 메리가 수줍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 만져보면 된다는 것은 분명히 그녀들이 할 법한 작전이다. 더구나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험』이라는 거네. 문제를 풀고 대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겠지"

 

"갑자기 대답만 내놓는 것은 출제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아, 그런거 있지. 시험에서 해답란에 답만 아니라 제대로 풀이도 쓰지 않으면 점수 안 줄 것 같은 선생님이야. 커닝 대책에는 즉효이지만 뭐"

 

해답 없이 대답하는 것은 커닝지의 직감밖에 있을 수 없다. 초등 학교까지 라면 곧잘 직감으로 답이 나올 문제도 있거나 하는 것이지만, 산수의 목적은 해법을 배우는 것이지 그 때 그때의 문제를 어떻게든 빠져나가는게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풀이과정의 애매함으로 감점되었을 때는 분개한 것이지만――,

 

"지금와서 보면 선생님이 옳았다는거지……"

 

"나츠키 군이 추억에 잠기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나츠키 군의 차례는 오히려 여기서부터야. 자, 정신 차리고 돌아와, 돌아와"

 

"에, 아, 오오, 미안하다. 근데, 나의 차례?"

 

멀리 눈으로 스바루를 불러들인 아나스타시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 있다. 그녀의 요청에 스바루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전원이 얼굴을 마주보고 말했다.

내용이 같아서 의역하고 통합한다.

즉――,

 

『샤우라에게 죽은 영웅, 그걸 알아내는게 스바루의 역할이야』이다.

 

"스바루가 일어날 때까지 우리도 몇번이나『시험』에는 도전했어. 하지만 정작 이 아이가 샤우라인지 어떤지도 우리에게 말을 안해줬으니까"

 

"베티 일행의 생각으로는 샤우라는『현자』였던 것이야. 그걸 은화에 새겨진 그림의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 여자가 샤우라라고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일까"

 

이것이 이제까지 샤우라에게 말을 못 들었던 에밀리아 일행의 대답이다.

깨어난 이후 사람을 따른다던가 하기는 커녕 허물없는 레벨에서 접하는 샤우라를 보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스바루에게는 믿기 어려운 것이지만, 유일한 탑의 관계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스바루에게는 우려도 있었다.

그것은 그 샤우라가 혀의 봉인을 해제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일단 한번 들어 볼까. 어이, 샤우라. 네가 죽인 영웅이라는 것에 짚이는 데가있으면 생각나는 대로 말해봐"

 

"맡겨주세요. 죽인 놈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 따위, 이류의 일……저같은 일류는 하나부터 열까지 기억하고있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윙크를 하는 샤우라의 힘찬 대답에 스바루는 무릎을 친다.

대강 상정하고 두려워하던 대로의, 머리 속이 텅 빈 샤우라의 답변이다.

 

그녀의 그동안의 말투나 태도로 보아 아마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다. 샤우라가 죽인 영웅에 대해 바로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그녀가 머리가 텅 비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끝나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샤우라 여사, 정말로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건가? 작은 일이라도 상관 없다만"

 

"그렇게 들어도 말입니다. 저, 탑에 다가오는 녀석을 닥치는 대로 헬즈·스나이프했을 뿐이지 시신은 밖의 마수가 청소하니까 말이죠"

 

"응, 근데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아? 처음부터 탑의 지식을 공개할까 말까를 위한『시험』이잖아? 그 문제가 탑을 지키기 위한 샤우라 씨의 관리가 시작된 뒤의 일을 보여준다니, 시간선이 이상해"

 

짐작 없다고 입술을 곤두세우는 샤우라이지만, 그 발언의 위화감을 아나스타시아가 언급한다. 그리고 그 의견에는 샤우라 이외의 전원이 수긍했다.

확실히, 탑 안의 문제가 탑의 관리가 시작된 이후의 것을 문제 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샤우라가 영웅을 죽인』시간은 탑의 건설 전.

 

"즉, 무작위로 남발하기 전의 이야기인 것이야. 이봐, 생각하라는 것일까. 그렇게 젖가슴과 엉덩이에만 영양이 있으니까 기억력이 결여되는 것이야"

 

"이 겉모습은 엄마가 정한겁니다~. 그래도 그래도, 생각한다고 해도 솔직히 안나와요. 탑이 생기기 전이요?"

 

"응, 그래. 탑이 있기 전. 그 무렵 샤우라가 죽게 한……망하게 만든 그런 짐작이 있는 사람 있어?"

 

계단 주변에 모여서 샤우라를 중심으로 필사적으로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전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샤우라는 "아힝"이라며 소리내기만 하고 성과가 오를 기미는 없다.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아무튼 너는 사백년 전부터 있는거잖아? 그 당시 유명 인사, 차례차례 이름 들어보면 한두명쯤은 죽이지 않았을까?"

 

"스승님은 저를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꽃도 갉아먹는 소녀입니다"

 

"그건 처녀가 아니라 모충인가 뭔가야"

 

"스바루, 그래도 지금의 말투는 심하다고 생각해. 본인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무리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에밀리아땅의 친절함은 초미덕이고 매력 포인트인데, 그녀석은 응석을 받아주면 응석만 부리는 글러먹은 타입이야! 나는 알아! 동류니까!"

 

힘차게 가슴을 펴고 단언하건대 애시당초 샤우라는 떠올리기 싫으니까 기억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기억 능력이 약하니까 생각나지 않았을 뿐이다.

기억 관련에 관해서 좀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를 안고있는 일행이니까 섬세하게 다루고 싶은 화두이긴 하지만 샤우라에 관해서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적당히 이름 대가면서 만지는것도 틀리지는 않지 않나? 그중에 하나가 맞으면 그게 모노리스와 어떻게 감응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나츠키 군의 말대로. 답을 안다고 해도, 그게 어떻게 하면『가장 빛난 것』을 건드린게 되는걸까"

 

만진 모노리스가 사라지면서『시험』 실패로 생각되는 판정이 나오는 이상, 최종적인 해답 방식은『올바른 모노리스에 닿는다』인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그『올바른 모노리스』의 발견 방법으로, 그것은 샤우라의 기억을 끄집어낸다고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라는 상황이다.

 

"하지마안, 언제까지나 생각에 잠겨서도 진보가 없잖아? 알몸의 언니가 모처럼 협력적인데, 알만한 것은 들어두는게 좋다고 생각해애"

 

라고, 문제의 출발에서부터 실패한 어른들에게 아직도 샤우라의 벌거벗은 어깨를 잡고있는 메리가 간섭한다. 그녀는 샤우라의 스코피온 테일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무료한 얼굴로 모노리스 무리를 바라본다.

 

"마수짱은 없고, 얘기는 진행되지 않고, 별로 여기는 즐겁지 않다고오. 빨리 진행하고, 저택에 돌아가고 싶어"

 

"――――"

 

그 메리의 엉망인 말에 모두가 말을 잃는다. 그리고 곧 "어떻게 된거야아?"라고 돌아선 메리, 그 머리를 스바루가 어루만졌다.

 

"……뭔일이야아?"

 

"아니, 너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지. 이렇게 모래 투성이에다가 밖은 무서운 마수가 어슬렁거리는 곳이니까. 빨리 해치우고, 문제도 다 해결하고……렘을 일으키고, 곤란해하는 사람들 돕는 방법 모두 회수해서, 빨리 나가자"

 

시험 전부터 불안해서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소중한 시간의 낭비이다.

그게 바로『시험』이라는 걸 준비한 짓궂은 누군가의 계략 같다.

 

"스승님, 스승님. 사실은 그 꼬맹이의 바로 옆에 쓰다듬기 쉬운 머리가 있어요"

 

"말했지. 너는 나와 마찬가지로 응석받이로 기르면 한없이 타락하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앞은 스파르타로 간다. 빨리 생각해내"

 

"알겠습니다아"

 

불만스러운 듯이 볼을 부풀린 샤우라는 완전히 삐친 모양이다. 그렇지만, 단 몇초만 있으면 곧 잊은 표정으로 콧노래도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므로 다루기 쉽기는 하다.

 

"그럼, 어린 숙녀의 요청도 있었다. 눈앞에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정도는, 아끼지 말고 하는 걸로 할까"

 

"응, 그렇게 하는게 좋겠지. 몇번을 실패해도 좋다는 건 편한 거잖아. 대개의 경우 인생은 한방 승부인데……상냥한 문제네"

 

메리에게 발파당하는 형대이지만, 율리우스와 아나스타시아도 합의에 이른다.

그럼 다시『샤우라에게 죽고 잊혀진 영웅』을 떠올릴 때이다.

 

"일단 뭐, 기억날만한 이름이라면…… 그렇지. 아, 레이드는? 초대『 검성 』이라던가, 네가 죽인거 아니야?"

 

"히이이이이잇!!"

 

"꺄악!"

"4번타자 3루로!"

 

거리낌 없는 말투로 이름을 댄 순간, 샤우라가 새된 비명을 지르고 날아간다. 그 엄청난 기세에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는 메리를 스바루가 다이빙 캐치.

조심스래 메리를 땅에 내려놓고나니, 뛰어올라 도망간 샤우라가 방의 꽤 멀리까지 가서 작아지고 있었다.

 

"어이! 미안하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돌아와!"

 

"아, 너무 무서운 소리 말아주십쇼. 스승님 정말 사람이 나빠요. 최악. 처녀의 위기입니다. 책임 문제에요"

 

너스레를 치면서도 걸어서 돌아오는 샤우라의 목소리는 가냘프게 떨고 있다. 허세를 부리려 하지만 부리지 못한다. 그러는 이유는 틀림없는 공포, 공포이다.

당연히 그 대상은 하나밖에 없을 텐데.

 

"뭐야, 초대『검성』은 그런 무서운 사람이야?"

 

"바보같은. 라인하르트나 빌헬름님, 아스트레아가의 시조이신 분이다. 칼 솜씨도 좋지만 인격자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확실히 전문으로 남는 일화에는 호방뇌락 한 마음이 강하고 라인하르트와 겹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아스트레아가문 역사가 뒤틀려버리잖아"

 

"아니, 그래도 역사를 펼쳐보면 뛰어난 위정자도 보이는 법이고, 조금 다르게 보면 일본사도 꽤 심하잖아? 그것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의심이라고 할까……"

 

"이런이런, 말이 안통하는군. 좋다. 여기는 산 증인인 그녀에게 들으면 확실히 할 수 있는 얘기다. 자, 들려줘봐라"

 

샤우라의 반응에서 사람됨을 상상하는 스바루에게 율리우스가 엄청난 기세로 떠들어댄다. 게다가 예방선을 쳐주는 스바루를 일소에 부치는 취급.

그 모습에서 오랜만에 왕선 당초의 아니꼬운 기사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때의 태도는 사실 악역을 연기하던 것이었다고 지금은 알고 있는 스바루이지만, 이렇게 보면 역시 어느정도는 본질이었구나, 라는 감상이 든다.

어쨌든,

 

"초대『검성』, 레이드·아스트레아에 대한 소감. 샤우라 여사, 기탄없이 그녀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인간의 쓰레기였습니다"

 

"기탄없이 그녀의 의견을 듣고 싶다"

 

"없던 걸로 하지마!!"

 

불편한 것을 흘려들으려고 하는 율리우스, 그 어깨를 후려갈기고 현실을 보게 한다. 나쁜 얼굴을 하고 있는 샤우라를 가리키고, 스바루는 계속했다.

 

"이봐, 좀 들으라고. 너도 알고 싶었던 역사의 진실이 거기에 있다. 산 증인이야. 칼 솜씨에 뛰어난 인격자, 레이드·아스트레아의 일화를 원하는만큼 말해봐"

 

"……크든 작든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간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야. 그 것은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것이다. 역사에 남는 최고봉 검객이 되면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그 시대 배경을 감안하면 적당하――"

 

"네가 그렇게 필사적인거 처음 본다"

 

본인도 어느정도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율리우스도 횡설수설한다.

동경의 역사에 약간은 배신당한 옹이가 있는 율리우스를 떠나 샤우라의『레이드·아스트레아의 진실』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뭐, 어쨌든 싫은 녀석이었어요. 악동이 그대로 커진 것 같은 성격으로, 약한 자를 괴롭히는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랄까, 그 쓰레기가 보기엔 대개의 상대는 약하니까, 이제 누구와 싸워도 약한자를 괴롭히게 된거죠. 저도 엄청 많이 당했습니다"

 

"그래도, 샤우라는 그렇게 강한데, 그래도 당한 채 있었던거야? 아, 그래도 사백년 전이면 샤우라도 아직 작았나?"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옛날도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만……그게 특별했던거에요. 진심 글러먹었습니다"

 

쓰레기니 글러먹었니, 과거의 영웅이 심하게 한 것 같다.

그만큼 원통한 추억이 흘러넘치는지, 샤우라의 태도에서 검은 것이 가시지 않는다. 그것은 그야말로, 왕따 당한 인간이 왕따한 인간의 소행을 생각해내는것과 같은 것이다.

 

"그 쓰레기는 기억해둬야합니다. 하는 쪽은 잊어도 당한 쪽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말입니다"

 

"라인하르트라는 실례가 있으니까 거기까지 놀라진 않지만, 너를 골탕 먹이다니 상당한 괴물이네, 레이드·아스트레아도 "

 

"진짜 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 열번 시도하면 한번정도는 양손을 쓰게 할 수 있었어요. 저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단 말입니다"

 

"……그러냐"

 

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열번 시도해서 한번 이기는 것도 아니고, 열번 시도해서 한번 양손을쓰게 만든다는 목표는 높은것인지 낮은 것인지.

스바루라면 백번 시도해도 한번도 라인하르트에게 양손을 사용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충분히 맞섰다고 할 수 있다고 납득하고 있다.

 

"뭐, 그 레이드의 일은 뒷전으로 해도 좋아. 네가 죽인게 아니라면 들어도 소용없을것 같고"

 

"――. ――――. 그렇다. 지금은 우선되어야 할 일이 또 있지"

 

"지금 우선시키는 데 시간 걸리지 않았었냐?"

 

학술적 관심이 그냥 취미적 호기심인지는 판별 불가능하지만, 아마 잠시동안 율리우스는 쓸모 없겠다고 스바루는 판단했다. 환상이 부서진 율리우스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상, 스바루가 라인하르트의 조상 일을 걱정할 이유는 안타깝게도 없다. 핏줄이 얼마나 대단하던지간에, 애당초 라인하르트 본인이 지나치게 충분할 정도로 대단한 것도 새삼스럽다. 그리고 적어도『아버지』의 인간성에 관해서라면 자신 쪽이 더 낫다는 자신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영웅을 제멋대로 추측해주는건 거기에 자세한 놈에게 맡기도록 하고"

 

"알겠다. 감사히 맡아두지"

 

"아직 너라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좋아. 해라. 베아코, 지원해줘"

 

"알았다는 것이야"

 

의욕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 명지휘가 빛난다. 지원 역으로 지식은 사백년분인 베아트리스를 붙여 어시스트도 만전이다.

 

"그럼 우리는 어떡하지?"

 

"우리는 좀더 자세히 주위를 둘러볼까"

 

샤우라에게 율리우스와 베아트리스가 매달리게 된다면, 영웅 관련은 저쪽에 맡기고 배치의 의문 등을 알아보고 싶다.

복제된 모노리스의 배치 ――불균등한 이것에 의미가 있다면 그 법칙성을 살펴두는 것이 헛되지는 않다.

 

"일단 계단의 정면에 있는 것이……첫장"

 

"문제를 내어 주는 모노리스, 네"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정도로 좁은 간격으로 나란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바루는 에밀리아와 아나스타시아 둘을 데리고 방 안의 모노리스를 순람한다.

점재한 모노리스는 다시 한번 확인하자 의외로 크기 차이는 조금씩 있었다. 다만 크기는 최대더라도 최초의 모노리스 시리즈 이상의 것은 없고 나머지는 한아름에서 두아름정도 작은 모노리스가 무수히 널린 형태이다.

 

"팟 하고 보면…첫 모노리스와 같은 크기는 일곱, 여덟개?"

 

"일까? 응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굉장히 멀리 있는 것들은 모두 작은거라고 생각해. 저것도 만지면 되돌아가 버리겠지만"

 

"전과 있는 듯한 말투……아,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에밀리아가 슬픈 듯한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스바루는 쓸데없는 말을 중단했다. 그리고 최초의 모노리스 앞에 도착, 스바루는 그녀들과 얼굴을 맞대고 골똘히 생각한다.

 

"샤우라에게 죽은 영웅, 그의 가장 빛나는 것을 만져라……왠지 폼잡으면서 말한다는 감이 있지만"

 

"추상적인 말인것은 틀림 없을려나. 샤우라 씨의 기억에 의지하라는 말이라면, 문제로써 실격이라는 이야기지만"

 

"그건 뭐, 그렇네"

 

『시험』이라고 부르면서, 실제로는 해답을 위한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의지 ――그것도 본래 탑의 관리자로 놓인 존재에게 의지하라는 거라면 어떻게 봐도 불공평하다.

스바루 일행은 우호적으로 접촉 ――원했던 게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샤우라와 적대하지 않고 탑 안에 들어왔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살인의 구렁텅이. 성공적으로 탑에 들어갔더라도 샤우라를 쓰러뜨릴 수밖에 없다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시험』의 합격은 영원히 무리가 되어 버렸겠지"

 

"『시험』을 풀게 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답이야. 방위 기구로 강한 가디언을 두고 게다가 그 가디언을 죽이면 나아갈 수 없다는 심술궂은 관문을 두고……"

 

"그래도, 스바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

 

"뭐, 그렇지" 

 

보안 문제에 접한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기대 어린 눈길을 돌린다. 그 눈을 받고, 스바루는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그것을 긍정했다.

스바루가 약한 눈이다. 에밀리아와 베아트리스가 이 눈을 하면 스바루는 약해진다. 렘도 그렇고, 가필, 오토도 가끔 한다. 페트라도 그렇고, 라고 생각 하자 끝이 없다. 파트라슈와 람 정도다, 이 눈을 하지 않은 것은.

 

"아, 어쩐지 경향이 보였다"

 

"――?"

 

"아니, 혼잣말"

 

스바루 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 상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스바루의 허상이다. 물론 그러한 견해를 해 주는 동료가 있어서 살아난다.

그건 그렇고, 문제를『 시험 』의 형식에 되돌리면――,

 

"예외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문제라는 것은 풀리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 진심으로 가리고 싶은 것을 숨긴다면 발견될 가능성은 남기지 않는 것이 현명하고"

 

"그렇지만, 이곳은 그런 거와 다르니까……나츠키 군은 그렇게 짐작하는거야?"

 

"이곳의 파수꾼을 하는 샤우라가 말 했잖아? 여기는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도서관이라고. 그런 영리한 어법을 샤우라 본인이 생각해 냈다고 생각하진 않고, 누군가에게 배운 말을 그대로 방류하고 있어. 그렇다는 것은 이 도서관을 만들어 샤우라에게 그것을 맡긴『플뤼겔』은 여기를 도서관으로 쓸 생각이 있다는거야"

 

그리고 가능성을 풀어 갈수록 지금 상황의 부자연함이 눈에 띈다.

이 대도서관 플레이아데스의 창조주는 건물의 목적을 기능시키려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조건으로『시험』과 샤우라를 여기에 남겼다.

 

"처음부터 샤우라와 친해질 수 있는 인간 이외에는 이용을 못한단 말인가?"

 

"그래도, 샤우라는 탑에 가까히 오는 사람은 전부 죽인다고 말했었지?"

 

그래, 그렇다.

샤우라에게 내려진 명령은『탑에 접근하는 자를 예외 없이 배제』하라는 것이다, 스바루 일행이 샤우라와 우호 접촉한 것은 우연에 불과하다. 그 우연에 닿지 않으면 탑에 도전하는 자격조차 없다고 거칠게 결론한다면,

 

"필요한 것은 힘과 샤우라 씨와 친해질 수 있는 매력? 좀처럼 과제로서 부적합한 것이 붙어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겠지이"

 

샤우라에게 지는 경우, 샤우라를 죽게 만든 경우, 샤우라에게 협력받지 못할 경우, 모두 대도서관 플레이아데스에 도전하는 자격을 없앤다――.

 

폭론이지만,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조건을 연결하면 그렇게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단지, 스바루는 이렇게 납득하는 것이 아무래도 기분나빴다.

 

"음――. 으음――"

 

"에밀리아?"

 

"왠지, 엄청 떨떠름해서. 가슴의 이쯤, 기분이 나빠"

 

괴로운 신음을 내며, 에밀리아가 자신의 앞가슴을 만지며 그런 것을 말한다. 왠지 그쪽에 눈이 가게 되어, 스바루는 하얀 피부를 주시하기 전에 자중한다.

에헴, 하고 헛기침한 뒤 에밀리아에게 "기분이 나쁘다고?"라며 눈을 찌푸리며,

 

"뭔가 신경쓰이는게 있어?"

 

"실은 있어. 하지만 이거랑은 관계 없을지도 모르고, 말해도 스바루밖에 모를거라고 생각해서……"

 

"이 때, 지금은 뭐든지 말해주길 바라니까 말해도 상관 없어. 딱히 내 생각이 올바른 것도 아니고,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야"

 

"그래?"

 

무엇을 꺼리고 있었는지 숙고한 에밀리아가 그 말에 조금 표정을 밝게 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럼"이라고 말을 이어

 

"모노리스를 만졌을 때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리지?"

 

"그랬었지. 불길한 목소리였는데, 뭐였을까"

 

"그 목소리말지만……묘소의『시련』때랑 비슷하지 않아?"

 

"――――"

 

에밀리아의 생각에, 스바루와 아나스타시아가 동시에 묵묵 부답. 단, 스바루와 아나스타시아는 침묵의 결과는 같아도 과정이 다르다.

아나스타시아는 그 말에 짚이는 것이 없기에 침묵이지만, 스바루의 침묵은 의표를 찔린 것과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련』 ――그것은 『성역』에 존재한 마녀 에키드나의 묘소의 것이다.

과거?지금과 다른 현재와 만나게 해주는 기이한 현상. 스바루는 도중에 리타이어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알고있지 않지만 묘소에 있던 에키드나의 말로는 세번째『시련』도 있었다고 여겨지며, 에밀리아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니, 이 경우 그『시련』의 내용과 고난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시련』에 도전할 때도 역시, 똑같이『자신의 목소리』로 시련의 내용을 통지 받은, 그런 후렴구의 쪽이다.

 

"듣고보니까 그렇네. 왜 머리에서 빠져있었던거지…… 싫은 기억이어서인가?"

 

"스바루, 에키드나를 엄청 싫어했었으니까"

 

"――윽"

 

"구세주가 사실은 배후 조종자였다는 경험을 거치면 나처럼 돼"

 

『성역』이후 에밀리아와 스바루가『마녀』들의 이야기를 한 것은 한두번. 시련의 내용을 언급해도 에밀리아가 말을 흐렸기에 추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공유되는 것이『에키드나는 성격 쓰레기』라는 점이다. 에밀리아 쪽은 더 부드러운 말투지만, 스바루는 그런 것이다.

 

"뭐야, 에키드나의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네"

 

"아, 그러네. 아나스타시아의 정령도 에키드나라는 이름이었지. ……말투라던가 엄청 비슷하네. 이상해"

 

"이상한 거로 끝내야 할지는 나중으로 돌리고, 그런가. 시련을 닮아있는건가"

 

『시험』의 이야기를 들은 시점에서『시련』과 비슷하다고는 생각했었다.

시작되는 방법까지『시련』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어쩌면 시스템의 일부, 혹은 대부분이 묘소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시련』도 일단 도전은 무제한이었단 말이야"

 

"게다가 여기도『시험』이 있는 것은 삼층과 이층과 1층으로 세개네"

 

"――――"

 

정말 그런 것일까, 스바루와 에밀리아는 얼굴을 마주본하다.

『현자』의 이름, 그리고 사백년의 시간. 그곳을 돌아다보면 당연히 그『마녀』들의 시대와도 겹쳐진다. 역사가 스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응, 그래도 미안. 그걸 알아도 답은 안되겠지"

 

라며, 거기까지 생각한 곳에서 에밀리아가 당황한 얼굴로 이야기를 중단한다. 에밀리아의 결론대로, 여기가 묘소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타이게타』의『시험』과는 관련이 없다.

여전히『샤우라에게 죽은 영웅』의 이름은 샤우라에게 의존하는 채――.

 

"……다르다, 라는 건가?"

 

"스바루?"

 

"여기가 풀리는 것을 상정하는 곳이라면 샤우라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공략이 불가능하다. 그게 애시당초 잘못된건가?"

 

여기가『현자』의 탑이고, 저기가『마녀』의 묘소였다.

출제자가 모두 고집 센건 같지만 공통점이 그것만이 아니라면 생각할 가능성은 있다.

 

『마녀』는『시련』에서 사람을 시험했으나 결과를 내지 못할 고난은 주지 않았다.

『현자』가『시험』에서 사람을 시험한다면 결과를 내지 못할 고난은 주지 않을 것.

 

"샤우라의 존재 없이. 탑을 공략할 가능성……"

 

"나츠키 군, 뭔가 생각났으면"

 

"쉿"

 

생각에 잠긴 스바루가 턱을 괴고 한쪽 눈을 감은 뒤 사색에 잠긴다. 그러자 그 모습에 광명을 본 아나스타시아가 말을 걸고, 에밀리아가 그녀를 손으로 눌러 멈춘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라는 제스처를 넣자 에밀리아는 머리를 회전시키는 스바루를 바라보며 그 남보라 빛 눈동자를 기대로 반짝였다.

 

그 에밀리아의 기대를 눈치채지 못하고, 스바루의 머리는 회전한다.

이『시험』에서『샤우라』의 존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탑에 오는 도전자가 습격해오는 샤우라를 격파할 가능성마저 있다. 샤우라의 이름도 모르는 채로, 그렇다면――.

 

"샤우라를 샤우라라고 몰라도, 샤우라가 있다면"

 

"――――"

 

"우리는 플뤼겔의 공적을 샤우라의 것이라고 잘못 믿었다.『현자』의 공적은 초대『검성』과『신룡』과 함께 마녀를 봉인한 것. 하지만『질투의 마녀』는 영웅이라고 불릴만한 그릇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전제가 잘못되고 있다는 가능성은 여기에서 끊어진다.

또는 스바루가 알지 못할 뿐『현자』플뤼겔이 샤우라에게 떠넘긴 영웅담이 더 있는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율리우스와 베아트리스가 짚이는 것이 없는 것은 지나친 부자연 ――필연, 떠오르는 가능성.

 

"샤우라를 샤우라라고 몰라도, 샤우라가 있다면."

 

한번 말한 것과 똑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그것은 생각이 맴돌았다는 것은 아니다. 반대다. 하나의 가능성을 버리고 또 하나의 가능성에 이른 증거. 그리고 그 내용은――,

 

"베아코! 잠깐 와라!"

 

번뜩였다. 가능성에 따라서, 얼굴을 올린 스바루가 베아트리스를 불러온다.

샤우라에게 여러 말을 걸며 기억의 문을 열려고 고심하는 율리우스. 그 옆에 있던 베아트리스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전해지는 스바루의 목소리에 껑충 뛰어오른다. 그리고 달려오면서,

 

"그 얼굴, 베티가 좋아하는 스바루의 얼굴인 것일까"

 

"너 언제든지 나를 좋아하지?"

 

"특히, 인 것이야"

 

부끄러움 없는 베아트리스에게 그런 말을 듣고, 스바루는 앞에 선 소녀에게 손을 편다. 뻗어온 손을 베아트리스가 잡고, 귀여운 푸른 눈이 스바루를 본다.

그 눈동자가 "무엇을 원하는 것이야?"라고 묻고있다. 그래서 스바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해. ――무라크로 조금 높이 점프하고싶어"

 

"……설마, 포기하고 천장을 부숴 위에 간다는 말은 아닌것일까"

 

"노골적으로 어이 없네. 물론 다르지. 위에서 이 모노리스를 내려다보고 싶어"

 

"모노리스를 내려다본다……"

 

스바루의 발언에 배후의 에밀리아가 모노리스를 돌아보고 중얼거린다.

그 결과는 모르더라도, 베아트리스는 그 이상의 것은 듣지 않는다. 그녀는 작은 한숨을 흘리더니 잡은 손을 더 강하게 끌어들여,

 

"무라크, 인 것이야"

 

희미하게, 연보라 색 파동이 베아트리스의 영창에 따라 스바루의 육체를 얇게 감싼다.

중력의 영향을 멀리하고 가벼움을 급진화시키는 마법이다. 가볍게 튀어도 일미터 정도 떠오르고, 힘껏 바닥을 차면――,

 

"영, 차!"

 

베아트리스의 손을 쥔 채, 스바루의 몸이 드높이 방 위로 뛰어오른다. 그 높이는 여섯 일곱미터 정도에 이르지만 본래라면 격돌할 천장에 몸이 격돌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고 흰 공간에서, 마치 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계층은 확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스바루의 몸은 상공에서 방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생각한 대로다"

 

"목적, 해낸 것일까?"

 

"그래. 이 장소, 최고로 기분 나쁘다구"

 

팔에서 중얼댐을 들은 베아트리스의 시선에, 스바루는 뺨을 비쭉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로 두 사람의 몸은 수직으로 아래쪽으로 낙하하지만, 튀어 오르는데 공헌한 몸의 가벼움은 착지에도 혜택을 준다. 아무 문제 없이 착지하고, 공주님 안기를 하고 있던 베아트리스를 바닥에 내리면서,

 

"영웅의 이름, 알겠어"

 

"정말!?"

 

사색과 도약을 지켜본 에밀리아에게 스바루는 얻은 확신대로 그렇게 말한다. 그 말에 에밀리아가 놀라고, 아나스타시아도 눈을 크게 뜬다.

그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에 열중하던 율리우스 일행도 스바루 쪽으로 모여들었다.

 

"오빠, 알아낸거야아?"

 

"풀었다구. 심술궂은 시험관의 사고와 함께, 일단은 말이야"

 

"역시 잘 스승님이에요! 흥분돼요! 동경하게돼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대답하자 메리를 등에 태운 샤우라가 호들갑스럽게 머리를 흔든다. 그것을 바라보던 율리우스가 모노리스 무리에 눈을 돌리며,

 

"이제 와서 너를 의심할 생각도 없다. 어떤 식으로 답을 냈는지 알려주길 바란다"

 

"그런 거창한 것도 아니야. 이게 풀리지 않는건 너희들이 나쁜게 아니니까.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이 애시당초 훨씬 적지"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최고로 성격이 나쁘다.

샤우라라는 장애를 극복하고, 문제의 내용을 이해하고, 그리고 애시당초『문제의 답을 알 가능성』이라는 시점에서 도전자가 좁혀진다.

 

"샤우라에게 죽은 영웅, 그 이름은 오리온이다"

 

"오리온……?"

 

스바루의 한 단어로 전원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샤우라를 본다. 그러나 정작 샤우라는 그 시선에 "모르겠어요!"라고 열심히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아니아니, 제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만일 죽였다고 쳐도 애시당초 여기까지 도달할 수 없는 사람이 영웅이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요. 그러니까 절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습니까, 이 이론무장. 현명하지 않습니까!"

 

"라고, 딱봐도 현명하지 않은 이녀석이 잊어버렸을 가능성을 처음엔 의심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애시당초, 이 문제의『샤우라』라는건 이놈을 말하는게 아냐"

 

"샤우라는 저뿐이라구요! 스승님이 붙여주신 이름입니다!"

 

"그 스승님이 너에게 붙인 이름에도 원전이 있다는 이야기"

 

반발하는 샤우라의 콧등에 손가락을 내밀어, 다가선 그녀를 배후로 떼민다. 그리고 스바루는 걸어 나와서 처음의 모노리스의 앞에 섰다.

 

"샤우라의 이름의 유래라고……혹시 또 스바루만 아는 것?"

 

"나만 아는건 아니지만, 모두가 아는 건 아니네. ――내 고향의 별 이름중에『샤우라』라는 게 있어. 뜻은『침』인데, 그게 무슨 침인가라고 하면『전갈』의 침이야"

 

스콜피온 테일, 이라고 샤우라가 자신의 머리를 강경히 주장했으나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아이디어인가, 아니면 샤우라의 천연인가. 어쨌든,『샤우라』=『전갈』=『바늘』을 상기시키는 조건은 몇가지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영웅 오리온은 건방지다는 이유로 그를 벌주기 위해 파견된 전갈에 찔려서 죽고 별이 됐다. 그래서 오리온을 죽인 전갈도 그 공로로 별이 되고 지금도 하늘에선 오리온은 전갈에게 떨고있다고는 이야기이지만……"

 

"스바루가 이야기하면 영웅담도 왠지 쓸쓸한 느낌인 것이야"

 

"어쨌든 별을 사람이나 동물이나 형태에 비유한 별자리라는게 있어. 성군이라고 생각해도 좋은데. ――그래서, 위에서 모노리스를 내려다보니까, 다"

 

베아트리스의 마법으로 홀가분하게 되어 도약하던 중 모노리스 무리를 내려다봤다.

하얀 세상에 검게 산재한 모노리스 ――본래의 색감으로는 반대이지만 그것은 하얀 세상 위의 검은 별들의 연결이며, 알고있던 형태다.

 

첫 모노리스만큼의 크기, 그 모노리스가 모두 여덟개.

오리온 자리를 형성하고있는 주요 별들의 그것과 수도 배치도 일치한다.

 

그리고『가장 빛내는 것에 닿아라』라고 마지막에 들린 것은――,

 

"최초의 모노리스가 한가운데. 뭐, 알닐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별자리의 모양을……오리온을 따라서 만들면"

 

"만들면?"

 

"가장 반짝이고, 라는 게 의외로 보통 내기가 아닌 표현이야. 사실은 별은 빛나는 방법도 여러가지 있어서 밝은 것도 있으면 가끔만 강하게 빛나는 것도 있지. 그런거라면, 오리온 자리에는 가장 빛나는 것에 해당하는 별이 두개 있고……"

 

위에서 내려다볼 때 왼쪽에 위치한 오리온의 어깨『베텔게우스』와 하단에 위치한 오리온의 무릎『리겔』의 두가지가 존재한다.

항상 밝은 것은『리겔』이지만『베텔게우스』는 가끔 강하게 빛나는 변광성이다.

어느쪽이든 시도해본다, 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아름답지 않지만――,

 

"나 였으면,『리겔』를 취득할까"

 

베텔기우스라는 이름에는 비슷한 이름으로 싫은 추억도 있고.

 

"――――" 

 

그리고 스스로 답을 맺고, 스바루는 오리온의 무릎『리겔』의 모노리스에 닿는다.

이것이 답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 정답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해한다.

이『시험』을 생각한 인간의 심보 나쁨과, 2층과 1층에 기다리는 장애, 그 높이와 험난함에 대한 각오를.

 

"――――"

 

눈부신 하얀 방은 빛에 휩싸인다.

소리도 경치도 떠나가고 모든 것이 휘몰아친다, 이윽고――.

 

"……오오"

 

 

빛이 개일 때, 스바루 일행은 석조의 공간 ――탑의 연장상에 있는 건물 안, 무수한 서가에 둘러싸인 방의 중심에 서있었다.

 

 

 

 

[출처] (번역)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제6장 『기억의 회랑』- 22 [하얀 밤하늘의 성단]|작성자 원탁의 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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